[신화수 칼럼]공직사회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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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가 술렁인다. 공무원연금 개혁, 관피아와 부정부패 추방, 공직 개방까지 공직사회를 죄는 압박이 사방에서 밀려온 탓이다. 급기야 경찰과 소방 공무원이 서울 한복판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했다. 일반 공무원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여론이 공무원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칠 국민연금만으로 노후가 불안한 국민이다. 수령액이 훨씬 많고 세금으로 메꿀 공무원연금에 국민적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복지부동’ 행태에 대한 오랜 반감까지 겹쳐 강도가 더하다. 반감은 군인연금, 사학연금까지 향했다.

이달 말 발효할 공직자윤리법개정안(관피아방지법), 내년 9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금지법(김영란법), 공직개방도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관피아방지법은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기간과 업무 관련성 범위를 넓혔다.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도 100만원 이상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한다. 정부는 경력직을 시작으로 민간채용 확대, 순환보직 축소, 특별승진 강화 등 공직 개방도 추진한다.

현직 때 부정부패를 일삼고 퇴직 후엔 불법 로비로 기생하는 공무원을 없애겠다는 의지다. 고여 썩은 물도 갈겠다니 이를 환영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공무원도 개혁 취지만큼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공직사회를 마치 범죄집단인 양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 감정이 앞선 나머지 그릇된 처방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도 부패 공무원을 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다. 징계 파면과 같은 행정 징벌을 김영란법은 형사 처분으로 바꿔놨을 뿐이다. 징벌 의지를 이해하지만 자칫 검찰을 포함한 권력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공직자수사처라는 진짜 해법을 애써 회피한 듯해 영 개운하지 않다.

공직사회는 김영란법보다 관피아방지법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앞날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고위공무원 퇴직자는 사실상 재취업 길이 막혔다. 공직 경험과 전문성을 전혀 발휘할 수 없다. 퇴직자가 현직에 영향력을 행사한 불법 로비를 막겠다는 취지라면 취업 제한보다 차라리 로비 양성화로 투명하게 관리하는 게 더 낫겠다.

공직 개방은 고인 물을 빼고 깨끗한 물을 넣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갈 곳 없는 공무원이 자리를 더 지키려 하니 고인 물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 새 물까지 더해 인사적체만 심해진다. 돌아올 보상은 없고 괜한 의욕을 보였다가 자리를 잃을 가능성만 높일 정책 혁신이나, 민간인 접촉을 더 꺼리게 된다. 공직 개방 효과를 되레 반감시킨다.

퇴직하지 않고도 민간 경험을 쌓아 돌아올 길마저 없다. 공무원 탁상행정만 더 부추길 판이다. 보완책이 나오지 않으니 공직사회가 더 흔들린다. 남몰래 우체국 연금이나 학위 취득 길을 알아보는 공무원만 는다.

공무원들은 마치 대역죄인처럼 대하는 분위기에 의욕을 잃었다.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스스로를 깨끗해졌다고 여기는 터라 상실감이 더욱 크다.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공무원이 갈 만한 자리를 때가 덕지덕지 묻은 정치권 인사가 차지하니 더 화가 치민다.

공무원 신분을 보장하고, 연금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다. 이 원칙을 지킨다면 공직사회를 지금보다 더 세게 뜯어고쳐도 좋다. 정작 이 논의만 실종됐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더 춥고 외롭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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