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협업’이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정보화 사회로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해 왔다. 정부 주도 개혁과 수직적 구조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이들의 핵심은 ‘경쟁’에 있었다. 실패는 곧 끝이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IT강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은 부작용을 불러 일으켰다. 무한경쟁은 서로가 서로를 할퀴게 하거나 혹은 아예 포기하게 만들었다. 사회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나온다. 대기업은 하청업체에 일명 ‘갑질’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 때문에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자본주의4.0,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지속가능경영 등 사회 패러다임을 바꾸는 개념이 등장했다. 전국적으로 ‘힐링’이 화두가 됐다. 인문학 서적도 불티나게 팔렸다.
저자는 현재 위기에 대처해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보다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엘빈 토플러가 얘기했던 ‘제3의 물결’이 정보화 사회라면, ‘제4의 물결’은 융·복합이라는 주장이다. 융·복합 사회에서는 이전과 달리 혼자 힘으로만 살아남을 수 없고, 새로운 가치도 협업에서 나온다.
뿐만 아니다. 협업은 ‘메가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 시너지가 ‘1+1=2+α’라면, 메가 시너지로는 무한대까지 영향력을 늘릴 수 있다. 구글·애플·알리바바 등 글로벌 IT기업이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과를 낸 것도 부서 간 협업과 열린 혁신에 기반한다.
문제는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다. ‘협업’은 수평적인 개념으로 ‘협력’이나 ‘협동’과는 다르다. 수직적 조직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겐 실천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서로의 다름(異)을 인정하고 협업 초기부터 모든 구성원이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후 협업·소통 정도를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 딱딱한 얘기를 재치있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한 우물만 파면 그 우물에 빠져 죽는다”는 식의 유머가 곳곳에 녹아있어 독자를 쉽게 글 속으로 끌어들인다. 사진작가 케니 강과 협업으로 독자와 소통도 끌어올렸다.
저자인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본인도 별명이 ‘미스터 콜라보(Mr. Collabo)’다. 고려대 심리학과와 연세대 경영학석사(MBA)를 거쳤다. 한 글자씩 따면 일명 ‘연고대 심경학 전공’이다. 유나이티드컨설팅그룹 대표 컨설턴트를 하다 방송인으로 10년 넘게 활동했다. 이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 중앙공무원교육원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는 등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창조적 마인드로 세계 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도 정책기조로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창조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협업으로 한국이 ‘융·복합 창조 시대’를 선도해야한다고 덧붙인다.
‘창조’하고 싶다면 협업하라. 산업·영역·업종간 장벽을 허물고 손을 잡아야 한다.
윤은기 지음. 올림 펴냄. 1만3000원.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