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고공성장세는 핵심 부품인 모바일 D램 소비량에서 확인된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올해 5억3130만개 모바일 D램을 사용해 우리나라(삼성전자, LG전자) 4억2180만개를 크게 앞설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제치고 모바일 D램 최대 소비처로 등극했다. 올해는 주요 부품 소비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모바일 D램 소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중국 스마트폰 생산량 증가세가 그만큼 가파르다는 의미다.
D램익스체인지가 추정한 올해 기업별 모바일 D램 소비량은 삼성전자가 3억4280만개로 1위, 애플이 2억2000만개로 2위다. 중국의 레노버(9500만개), 화웨이(8500만개), 샤오미 (8400만개) 등이 뒤를 잇는다. 주요 중국 제조사 모바일 D램 소비량은 LG전자(7900만개)나 소니(3990만개), 노키아(3100만개)보다 많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선도하는 스마트폰에서도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물량만으로는 이미 세계 1위다. 중국 스마트폰은 ‘중저가’라는 인식이 높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가 선보이는 플래그십폰은 삼성전자, 애플 고가폰과 사양 면에서 밀리지 않는다. 중국기업이 이미 프리미엄폰 시장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MWC 2015’에서도 삼성·LG의 스마트폰보다 대용량 배터리, 고화소 카메라 렌즈를 탑재한 중국 제조사 스마트폰이 다수 공개됐다.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핵심부품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D램, 낸드플래시, 디스플레이 패널은 해외 어느 업체든 구매해 스마트폰 제조에 이용할 수 있다”며 “기능 차이는 크지 않고 가격은 절반 수준이어서 중국으로 인한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D램은 우리나라가 세계시장 70% 정도를 확보하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42%, SK하이닉스가 2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완성품에서 경쟁자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고객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 국내 반도체회사 간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중국 업체에 주요 부품은 공급하면서 완성품에서는 경쟁해야 하는 복잡한 구도에 위치했다.
최대 모바일 D램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향후 반도체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도 관심이다. 중국은 지난해 6월 2030년까지 추진할 중장기 반도체산업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주도로 집적회로(IC)와 파운드리, AP 등을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아직까지는 중국 업체는 주요 부품을 해외 사업자로부터 받아 ‘조립’에 집중한다. 하지만 큰 내수시장과 값싼 노동력, 엄청난 제조업을 무기로 부품산업 내재화에 나선다면 부품업계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반도체에서도 ‘중국 경계령’은 이미 내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방안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메모리(D램, 낸드플래시 등) 분야는 빠져 있다”며 “언제든 메모리 반도체 육성으로 전략을 전환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