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포럼]에너지 산업의 미래, 플랫폼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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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세계는 지금 플랫폼 선점을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터넷 기반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색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매개로 광고주와 이용자를 중개하는 구글과 회원 간 중개 알고리즘과 앱 개발자 지원도구를 제공하는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인터넷 기반 플랫폼이다. 플랫폼의 주요 역할은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정보와 거래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기능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이 같은 플랫폼 사업이 전력 산업으로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 전력회사는 전력 네트워크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기를 판매하는 회사며 고객 정보와 과금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력회사가 전기를 직접 생산 혹은 구매해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전통적 사업에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최상위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역할 추가가 가능하다.

최상위 플랫폼에 다양한 수요관리 사업자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전력 재판매 사업자 또는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자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들 하부 사업자나 마이크로그리드 플랫폼 사업자들이 전력회사의 최상위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수익을 발생시키고 수익 일부를 전력회사에 플랫폼 사용 대가로 지불한다.

전력회사의 플랫폼은 거래가 증가하면서 한계비용이 점점 줄어들어 최종적으로는 거의 제로에 도달할 것이다. 결국 디지털 재화의 상거래와 같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수익모델을 전력산업에서도 창출할 수 있다.

미국 전력회사들은 에너지 효율화와 기후변화 대응 의무 이행 압력으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로 매출이 감소하고 또 효율화를 위한 투자를 전력회사들이 부담하면서 수익이 감소하고 이것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고전하고 있다. 전력회사에 위기가 될 수 있는 이 상황은 플랫폼 정보 활용을 통해 고객 중심으로 인식을 전환하면 기회로 바뀔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그린버튼’이라는 소비자 전력사용 데이터 개방 플랫폼이다. 아직 하부사업자들의 참여가 제한되고 있어 전력회사가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지만 이것이 전력회사 플랫폼 사업모델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전력회사가 에너지효율화 서비스를 만들어 이 프로그램에 가입한 고객에게 매월 100달러의 요금을 감소시켜 주는 앱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매월 20달러를 받는다고 가정하자. 고객은 80달러의 이익이 발생하고, 전력회사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추가적인 비용이 없기 때문에 20달러의 순이익이 발생한다. 기존에 전기를 100달러만큼 팔아서 5달러의 이익이 발생했다면 새로운 사업모델에서는 매출은 100달러 줄었지만 오히려 수익은 15달러 더 증가한다. 전력회사는 투자 없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매출 감소로 인한 수익 감소를 대체할 수 있다.

전력회사가 전력망이라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보유한 고객사용 정보와 과금 기능을 활용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신산업의 플랫폼 사업자로 변화한다면 미래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통신업체나 서비스 제공업체에 비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 전력회사가 운영하는 최상위 플랫폼 하부에 또 다른 다양한 플랫폼을 형성해 부가 서비스 회사들이 참여할 수도 있다. 이렇게 발전된 전력회사 플랫폼 사업은 선순환 비즈니스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해 국가 경제와 전력산업 발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전력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nsahn@ke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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