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요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과 협력 범위를 크게 높이고 있다. 특히 지분을 투자한 장비·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공동 연구개발을 포함한 수직 계열화 작업의 속도전에 돌입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주요 장비·소재 기업과의 생태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 내부는 물론이고 장비·소재 기업과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관련기사 19면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미래 기술의 한계 극복을 위해 장비·소재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변화가 감지되는 쪽은 삼성전자가 지분을 투자한 협력사들이다. 삼성전자(지분 4.48%)와 삼성디스플레이(4.48%)가 지분을 보유한 원익IPS 지난 2013년 12월 지분 취득 후 이듬해 1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장을 역임한 변정우 대표가 신규 선임됐다. 원익IPS는 이후 동종업계 장비사인 테라세미콘 지분 13.15%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업계 영향력을 키웠다.
원익IPS의 주요 보직에 삼성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 총 33명의 등기·미등기 임원 중 이용한 회장과 사외이사·감사·비상무이사 등 5명을 제외하면 28명 중 절반인 14명이 삼성 출신이다. 개발, 마케팅, 인사 등 주요 부문에 두루 포진했다. 지분 취득 후에도 삼성 출신 임원이 늘었다.
삼성전자와 일본 도레이가 합작해 반도체 조립품 사업을 목적으로 1995년 설립한 스테코도 최근 삼성전자 지분이 늘었다. 당초 삼성전자는 54% 지분을 보유했으나 지난달 도레이 지분을 매입해 70%로 비중을 대폭 키웠다. 이후 사내 이사진을 교체하고 삼성전자 시스템LSI 소속 임원을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삼성전기와 도레이 합작사인 스템코의 대표도 스테코 비상무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삼성전자가 지분 16.3%를 보유한 삼성벤처투자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삼성벤처투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반도체 장비·재료 기업을 살피고 전략적인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을 제안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벤처투자가 기술력이 있다고 판단한 회사를 주요 협력사에 소개해 협력사 공동으로 인수합병하게 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DS부문 반도체연구소를 중심으로 차세대 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쪽에서 협력 체계가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연구소는 14나노 핀펫 공정, 3D 낸드플래시 등 최신 기술을 수년 전부터 선행 연구·개발하는 조직이다. 반도체 장비·재료 부문의 국내외 기업이 다수 참여해 삼성전자 내부 개발진과 함께 선행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한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반도체 후방산업을 자사에 특화한 ‘우군’으로 키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장비 기업들과 협력이 불가피하지만 경쟁사와도 협력하는 해외 장비사 특성상 지나치게 의존도가 높으면 안 된다는 인식도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