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선취업후진학’ 어디 가고...반토막 난 사이버대 예산

“학벌보다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선취업 후진학을 정착시키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밝혔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부다. 올해 초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선취업 후진학을 사회의 기본으로 바꿔가려고 한다”고 교육환경의 변화와 혁신을 역설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국가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박근혜정부의 공약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정작 경력단절 없이 평생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사이버대학(원격대학)은 정부 지원 예산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는 등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사이버대가 고등교육 기회 확대나 평생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신규 사업 추진은커녕 이전 정부 말기에 시작한 선취업 후진학 특성화 사업마저 종료돼 정부 방침인 교육혁신과 거꾸로 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오프라인 대학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평생학습, 온라인대중공개수업(MOOC) 등 사이버대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정부 특성화사업에도 원천 배제돼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1개 전체 사이버대 지원예산은 6억원…1개 전문대만도 못해

올해 교육부 예산안에 따르면 사이버대에 편성된 예산은 연간 6억원 수준으로 이는 전년도 11억70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증액된 고등교육 분야 전체 예산이 10조원에 육박하고 140여개 전문대학이 3000억원의 지원을 받는 데 반해 사이버대학은 0.002%의 지원만 받는 셈이다. 이마저도 일부 사이버대만이 참여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대학 사업에 대부분 배정됐다.

10만명의 재학생이 있는 사이버대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사업비가 1개 전문대학의 평균 정부사업비인 19억원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서울 주요 사이버대와 달리 지방에 위치한 자립기반이 약한 사이버대는 사실상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이버대 발전 방안을 추진한 것은 앞선 이명박정부 시절이었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들고 나오면서 고졸 취업자의 재교육 및 사이버대 발전을 위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2009년 3억2000만원에서 2010년 5억2000만원대에 머물렀던 사이버대 정부 지원 예산은 2011년 10억2200만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이후 추가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11억~12억원에서 제자리걸음 했던 예산은 오히려 올해는 절반으로 줄었다.

◇설립 취지 살린 평생학습 중심대학 인정 못 받는 사이버대

사이버대 측은 사이버대를 위한 정부 지원 예산이 축소된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사이버대 설립 취지 자체가 평생학습 기회 확대를 위한 4년제 고등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평생학습 중심대학 육성사업에서는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는 45개 대학을 대상으로 102억원이 지원되는 교육부 사업이다. 평생교육 역량제고 및 학위과정 성인계속교육대학 사업에 사이버대는 자격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등 정부 부처의 입장이다. 작년에는 정부 부처가 사이버대에 평생학습 중심대학 육성사업 관련 공문을 보내고, 이를 해명하는 ‘촌극’마저 빚었다는 후문이다.

사이버대 관계자는 “사이버대 지원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면 설립 취지에 맞는 대학 특성화 지원 사업에라도 참여해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원천 차단하고 있다”며 “이는 교육부가 부서 간 이기주의로 인해 독립 전담부서가 없는 사이버대가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현재 사이버대 업무는 교육부 내 교육안전정보국 이러닝과의 사무관, 주무관 1명이 맡고 있다. 과중한 업무는 물론이고 평균 근속 연수가 1년을 넘지 못해 정책이 일관되게 반영되기 어렵다.

사이버대 측은 교육부도 시대 흐름에 맞게 사이버대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지원과 정책 개발을 위한 독립된 과, 즉 전담 부서가 신설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오프라인 대학 위주 MOOC, 미래 온라인 교육 준비에도 제외

교육부 시행사업에 제외된 것은 평생학습 중심대학만이 아니다. 미래 온라인 교육을 위한 청사진에도 사이버대는 배제됐다.

사이버대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MOOC 추진 방안에서 빠졌다. 교육부는 2015년 MOOC 시범사업으로 10개 오프라인 대학만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사이버대 관계자는 “교육부 측에서는 해외에서 명문대학 위주로 MOOC 서비스가 구성됐다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는데 민간 대학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한 MOOC와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한국형 MOOC 사업은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오프라인 대학만이 아니라 온라인 강좌를 14년간 운영한 사이버대를 포함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대학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어야 한국형 MOOC사업 취지에 맞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이 주도하는 MOOC가 MIT, 스탠퍼드, 하버드 등 명문대의 공개강좌를 중심으로 진행된 데 반해 영국을 비롯해 유럽의 MOOC는 100% 원격 교육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있다.

사이버대는 이미 21개 대학의 9700여개에 이르는 콘텐츠와 10년 이상의 온라인 교육 노하우를 보유한 만큼 이를 MOOC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이버대, 미래 교육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사이버대는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교육기관으로 오프라인 대학과 비교해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수능시험 입학과 졸업이라는 획일화된 교육시장에서 수요자의 다양한 선택과 유연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10대와 40~50대의 비율, 대졸이나 대학원 이상의 고학력자 입학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또 고등교육법의 적용으로 일반대학 학생들과 동일한 학사운영 및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 졸업 후 일반대학과 동일하게 학사학위를 취득해 대학원 진학도 가능하다. 일반대학의 약 4분의 1 수준의 경제적인 등록금도 장점이다.

사이버대는 학생의 3분의 2가 직장인이며, 연령층과 학력 분포도 점점 다양해지면서 평생교육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사이버대는 경력 단절 없이 경제활동과 교육활동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고졸 취업 및 여성·고령 인구의 사회적 재교육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학 구조개혁과 해외 MOOC의 도전이 거세지는 가운데 사이버대는 새로운 온라인 교육 모델을 발전시키는 장이 돼야 한다. 특히 사회 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교육 콘텐츠의 개발 및 대학 운영체계의 선진화 등은 정부만이 아니라 사이버대가 같이 노력해서 바꿔가야 하는 문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