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본궤도에 올린 저소득층 디지털TV 구매 지원 사업이 실수요자에게 큰 혜택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가격과 성능을 따져보면 일반 시장에서 구입하는 편이 더 유리한 때도 많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가 저소득층이 디지털TV를 값싸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난달 2일부터 ‘2015년 저소득층 전용 디지털TV 시청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동급의 시중 제품과 비교해 저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같은 사업을 진행했던 정부는 올해 저소득층 대상 디지털TV 판매가격을 지난해 대비 5~15% 추가 인하했다.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비교하면 성능, 구매조건 등에서 유리한 조건이 없거나 불리한 상황도 발생한다.

정부 보급사업에는 삼성전자 TV 2종, LG전자 4종, 대우디스플레이 2종 등 모두 8종의 TV가 투입된다. 이 중 전국 규모의 자체 유통망을 갖춘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에서 가격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LG전자의 24인치 제품(24MN33DQ-PN)의 정부 공급가는 20만9000원이지만 시판 중인 24인치 TV모니터(24MT55D)는 이달 현재 인터넷 최저가 20만116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32인치 TV(UN32F4009AF)도 정부 공급가가 33만원에 책정된 데 비해 시중(UN32H4020AF)에서는 32만원대로 내린 지 오래다.
정부가 공급하는 29인치 LG TV(29MN33DQ-PN)는 TV 기능만 지원하면서 가격이 28만원이지만 TV와 모니터 기능을 겸하는 시중 제품(29MT45D)은 31만원에 살 수 있다. 명암비도 정부 공급제품이 1000 대 1인 데 비해 시중 제품은 3000 대 1로 더욱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복잡한 구매 방식도 한계로 지적된다. 디지털 방송 콜센터 124에 전화해 저소득층인지 확인하고 구매대금을 지정된 계좌로 송금 또는 카드 결제한 후 7일 이내에 기사방문 설치를 받아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확인을 위한 조치지만 국내 가전 유통망이 광범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보다 다양한 유통채널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또 민간에서 제공되는 사은품, 포인트 등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전자업계는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꼽는다. 한 TV 제조사 관계자는 “민간에서는 다양한 스펙과 유통채널로 자율 경쟁이 벌어진다”며 “적어도 3개월간 정책변동이 없는 정부지원 TV가 가격 등 성능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도 지속적인 가격 모니터링, 제조사와의 협의를 거쳐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김진형 미래부 디지털방송정책과장은 “분기별로 가격을 조정해 시중가의 70% 선에서 제품을 공급하려 제조사와 협의하고 있다”며 “2분기 올해 신제품 출시에 맞춰 모델 및 가격 정책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