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결과가 되레 나빠지는 정책이 있다. 세상 일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미래 일을 예측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취지와 달리 효과가 신통치 않거나 상황을 더 악화시킨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 폐해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자고 지난 2011년 시행한 제도다. 하지만 중소기업 시장을 넓히고 경쟁력을 높이기는커녕 더 위축시킨 사례가 빈발했다. 그 자리를 외국 대기업이 차지한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는 외국 대기업이 커진 시장뿐만 아니라 기존 중소기업 시장까지 잠식한다. 이러한 품목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업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부터 막걸리, 두부와 같은 식품까지 한두 개가 아니다. 시장 위축과 역차별 논란이 증폭되자 정부는 지난달 말 LED조명품목까지 잇따라 지정을 해제했다.
그 사이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인 품목이 어느 정도 있다면 이 제도를 유지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일부 품목, 중소기업을 빼면 중소기업 전체가 성장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애초 의도한 성과는 온데간데없이 국내 기업 경쟁력만 더 떨어뜨렸다.
긍정적인 효과도 없지 않다. 이런 제도가 아니었으면 대기업은 전혀 각성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대기업은 탐욕 때문에 다른 나라에도 없는 규제까지 받자 그간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 대가치고 산업 전체가 입은 손실이 너무 크다. 이 제도를 계기로 한국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한 외국 대기업에 맞설 경쟁력을 상실했다. 조기 회복이 쉽지 않다.
시장은 이렇게 정책 실패를 외치는데 정부는 여전히 기존 틀을 고수한다. 반발이 거세야 겨우 풀어주는 정도다. 떠밀려 뒤늦게 해제하면서도 이를 마치 규제 완화인 양 하는 것엔 실소만 나온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면 경쟁 없이 시장 영역을 떼어주는 게 아니라 대기업 부당경쟁을 막는 것이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 실효성을 전면적으로 검증해 효과가 미미한 품목을 빨리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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