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 중심이 모바일로 가며 ‘소작농의 시대’가 열렸다. 개발사들이 애써 게임을 만들어봤자 남는 것이 없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지난해 지스타2014 프리미엄 행사장에서 밝힌 우려다. 소작농을 지배하는 ‘지주’는 구글, 애플 그리고 카카오 등 이른바 플랫폼 사업자다. 게임 개발사가 이들을 통해 게임을 출시하면 매출 60% 이상을 플랫폼 사업자에 내야 한다.
한국 게임사들이 올해 이들 플랫폼 사업자에 반기를 든다. 빼앗긴 권리를 찾기 위해 독자 플랫폼 사업에 도전한다.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넘어야 할 산이다.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유무선 통합 플랫폼 시동
엔씨소프트는 ‘엔씨 클라우드(가칭)’를 연내 론칭한다. 클라우드에 실을 게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다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고 ‘리니지이터널’ 등 신작 테스트에 돌입하는 만큼 상반기 내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엔씨 클라우드 최종 목표는 엔씨소프트가 출시하는 PC·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서비스 하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게임을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메신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도전적 시도’로 평가된다.
엔씨 클라우드는 김택진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은 CEO와 최고기술경영자(CTO, 우원식 부사장)가 오랫동안 함께 고민한 화두”라며 “이동통신 속도나 클라우드 GPU(그래픽처리장치)등 기술적 한계가 개선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도 이르면 하반기 유무선 게임 통합 플랫폼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전담할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를 지난해 설립하고 인력, 콘텐츠 등 전방위로 경쟁력을 보강 중이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그룹 회장이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를 겸직하고 직접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회사 관계자는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양쪽 모두 자체 플랫폼으로 서비스 한다는 것이 큰 그림”이라며 “조만간 유무선 통합플랫폼의 비전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게임사 ‘생태계 속 생태계’ 만들기 골몰
온라인게임사에 비해 플랫폼 사업자 의존도가 높은 모바일게임사도 자체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지난해 6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하이브’를 출시했다. 하이브는 구글과 애플을 통해 출시된 게임빌·컴투스 게임을 따로 묶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하이브에 가입하면 게임빌·컴투스 게임 정보나 혜택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하이브를 통해 지난해 약 7종 게임을 선보였다. 이 중 ‘서머너즈워’ ‘다크어벤져2’ 등 글로벌 흥행게임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 가입자 분포를 보면 대부분 외국인이 많다”며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으로 효과와 가능성을 동시에 봤다는 이야기”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모바일게임 사업에 주력하는 NHN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토스트 클라우드’ 완성도를 높인다. 자사 게임뿐만 아니라 타사에도 문호를 개방해 ‘토스트 프로모션’ ‘토스트 클라우드 게임 애널리틱스’ 등 크로스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했다.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자체 생태계 확보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둘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올해 게임사에서 자체 플랫폼을 확보로 기존 플랫폼 사업자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본격화된다”며 “온라인 게임사는 완전한 자사 생태계를, 모바일 게임사는 기존 플랫폼 사업자 생태계 안에 ‘작은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 부사장은 “중요한 것은 플랫폼 구축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용할 신규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인데 게임은 주요 이용층이 구글 등 기존 플랫폼에 익숙하다”며 “아직 웹 사용이 편한 중장년층 이상 이용자를 자체 생태계로 끌어들여 구매까지 유도하는 것이 (게임사 자체 플랫폼)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사 자체 플럇폼 구축 현황 / 출처: 각사>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