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22일 차세대 운용체계(OS) ‘윈도10’을 공개하면서 “사람 중심의 PC 시대를 개막했다”고 강조했다. 이 표어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어쩌면 약간 진부한 표현이지만 윈도10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려주기에는 가장 적절한 문장일지도 모른다.
윈도8이 처음 공개됐을 때, 사용자들의 반응은 “시작 버튼이 어디있나”로 압축됐다. 지금까지 OS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윈도가 모바일 환경에 맞춰 탈바꿈하기 위해 시도했던 노력은 온데간데없이 시작버튼이라는 사용자환경(UI)에 초점이 맞춰졌다. 윈도가 처음 등장하고 20여년 이상 화면 왼쪽 하단을 지켜온 시작 버튼은 사용자에게 익숙함을 넘어 당연한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윈도10이 등장하면서 무엇보다 높은 관심을 받은 것도 돌아온 시작 버튼이다.
윈도10이 사용자 요구를 적극 반영한 부분은 시작 버튼뿐이 아니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와 iOS에 밀렸던 MS는 윈도10을 통해 모바일과 PC를 아우르는 통합 UI를 실현했다. 모바일 사용자와 PC 사용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윈도7과 윈도8의 장점을 합쳐놓은 듯 한 윈도10 UI는 결국 사용자에게 가장 편리한 윈도 환경을 구현하게 했다.
윈도10 공개와 함께 베일을 벗은 새 웹브라우저 ‘프로젝트 스파르탄’도 MS가 사용자에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시대를 풍미했던 인터넷익스플로러(IE)도 경쟁자로 등장한 애플 사파리와 구글 크롬 앞에서는 절대 왕좌를 지키지 못했다. 시장 점유율은 점점 떨어지고 사용자 불만이 높아지면서 IE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웹브라우저가 필요해졌다. MS가 모바일 상호운용성과 안정성, 속도 등을 자랑하는 스파르탄의 등장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결국은 사용자다. 어떤 OS와 소프트웨어(SW)도 사용자에게 불편하고 익숙하지 못하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윈도10은 단순히 MS가 최신 기술로 구현한 차세대 OS가 아니라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가장 친숙한 OS가 돼야한다. ‘사람 중심’이란 표현은 지금까지 기술을 따라가던 사용자가 아닌 사용자에 맞춘 기술 구현이라는 교훈을 던진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