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메디시티 대구` 들여다보니

전 세계 의료산업 성장 전망에 발맞춰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의료산업 중심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웠던 대구가 인프라 구축에 드는 과도한 사업비와 민간의료기관의 투자 기피, 의료산업 분야 각종 규제 등으로 발목을 잡혔다.

Photo Image

‘메디시티, 대구’ 실현을 위해 대구시는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의료산업과를 신설했다. 2012년에는 첨단의료산업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과 의료기기산업의 지역특화산업 육성, 4대 특화의료서비스 육성, 글로벌 의료관광허브 조성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기업분양은 아직 절반 수준

지금까지 대구첨복단지내 입주가 확정된 국책연구기관은 10개이며, 의료기업은 61개 정도다. 하지만 대구첨복단지 전체 분양률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기업 분양률이 특히 저조한 이유는 단지내에는 연구시설 이외에 제조시설은 들어올 수 없기때문이다. 대구시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분양이 안된 부지를 중심으로 민간이 투자하는 대형 벤처빌딩 건립을 추진 중이다.

김영기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기획총무부장은 “첨복단지내 대형 평수는 제조시설이 못들어와 기업들 분양이 저조하다”며 하지만 “상반기까지 민간투자를 이끌어내 20개의 벤처빌딩이 들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첨단의료복단지는 2013년 말 신약개발지원센터와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 커뮤니케이션센터 등 5개 핵심인프라를 준공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뇌연구원이 완공됐다. 오는 4월이면 한의기술응용센터, 하반기에는 3D융합기술지원센터와 의료벤처 공동연구센터가 차례로 입주하게 된다. ICT임상시험지원센터는 오는 3월께 오픈할 계획이다.

◇전주기적 기업지원시스템 부실

대구첨복단지가 명실상부한 국가첨단의료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인증, 인허가, 임상, 마케팅 등 전주기적 기업 지원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을 첨복단지로 이끌어올 수 있는 핵심 역할을 할 임상시험병원 유치는 아직 요원하다. 임상시험병원 구축에는 600여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국가와 지자체, 지역의료기관이 공동투자해야 할 부분이다. 투자에서 적지 않은 몫을 맡아야할 지역의료기관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참여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한국뇌연구원과 연계해 뇌병원도 설립해야하지만 이도 쉽지 않다. 대구시는 뇌병원 유치에 1265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보고 올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신청할 예정이지만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국비를 제외한 260여억원에 달하는 민간투자 역시 지역의료기관이 맡아야하지만 투자유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첨복단지 운영 재단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안정적인 운영도 풀어야할 숙제다. 재단에는 한해 동안 600여억원의 운영예산이 필요하지만 올해는 이에 못 미치는 500억원의 운영 사업비만 확보한 상태다. 나머지 부족한 예산은 지자체가 보조하고 연구개발 사업과제를 따와서 충당해야한다. 특히 R&D를 제외한 인건비와 운영예산은 필요 예산의 60%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첨복단지에 각종 기업지원시설이 갖춰졌는데도 불구하고 재단의 제대로 된 홍보가 미흡해 관련 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역 IT기업으로 최근 의료기기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첨복단지에 입주한 D사 대표는 “첨복단지내 어떤 기관에서 어떤 설비를 갖췄고 어떤 지원을 하는지 기업들이 잘 모르고 있다”며 “단지 분양이나 기업 유치에만 급급해선 안 되며 입주한 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틀이 의료산업 발목 잡아

국가와 민간의 투자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의료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가 없어져야한다. 의료산업분야 규제는 국내 의료산업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국산 의료기술의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넘어야할 과제다.

지난해 말 한국경제연구원은 의료산업의 시장 규모를 키우려면 지나친 제도적 걸림돌을 완화해야한다며 38건의 규제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현재 5%로 제한된 상급종합병원의 외국인 병상수 비율을 10%이상으로 완화해야하며, 의료보다는 미용이 목적인 보정용 속옷은 의료기기에서 제외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의료기기를 출시할 때 반드시 의료기기제조인증(GMP)을 받아야하는데 이미 인증을 받은 의료기기에 공산품을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려면 다시 인증을 받아야하는 중복 규제도 철폐해야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이 같은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면 오는 2020년 생산유발효과는 62조4000억원, 취업유발효과는 37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