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공원’으로 유명한 일본 나라시의 긴테츠나라역. ‘리니어 시대는 나라 시대’라고 쓰인 사슴 캐릭터 간판이 시선을 압도한다. ‘리니어’는 철도회사 JR도카이가 2027년 도쿄에서 나고야간 1차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시속 500㎞의 자기부상열차로 나라시는 도쿄와 오사카를 67분에 잇는 연장노선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JR도카이가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에는 일본 정부도 적극적이다. ‘꿈의 기차 세일즈’로 해외 철도 시장을 장악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아베 총리가 직접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를 시험용 차량에 태웠고 오바마 미 대통령 방일 기간 중에는 “캘리포니아 고속철에 기술을 공짜로 이전하겠다”며 구애도 했다.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엔저발 가격 경쟁력이 바탕이 됐다.
이 꿈의 기차는 미쓰비시중공업과 1000여개의 미쓰비시그룹 계열사가 발전, 우주개발, 전자, 화학 등의 기술을 쏟아 부어 만들었다. 하지만 글로벌 세일즈는 정부가 전담한다. 민간은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자기부상열차’라는 새 산업을 개척했고 국가는 엔저로 직접 영업에 나서 사업 여건을 꽃피웠다. 50년 전 고속철 시대를 연 후 지속적인 ‘시장 선도’로 세계 시장을 이끄는 그들의 방식이다.
파나소닉은 ‘하늘의 극장’을 장악한지 오래다. 1979년 시작한 항공기 개인용 영상·음향(AV) 솔루션인 항공 엔터테인먼트(IFE) 시장의 70%를 차지해 선도적 위치에 나섰다. 일찍이 B2B 분야로 눈을 돌려 보잉과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덕이다. 업황도 좋다. 시장조사업체 IMS 리서치에 따르면 인터넷 연결 가능 항공기가 오는 2021년 전체의 5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IFE는 파나소닉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장성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장은 “일본 전자업계에는 간사이의 ‘오사카 상인정신’이 있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일본 전자업계의 모태가 된 간사이 지방에는 ‘하늘 아래 해가 없는 날에도 나의 점포는 문을 열어야한다’는 상인정신이 뿌리 내린지 오래기 때문이다. 오사카에서 시작한 파나소닉, 미쓰비시, 샤프 등이 ‘사업의 지속성’을 앞세워 B2C의 침체를 조기에 B2B로 이겨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