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부활하는 日 전자산업]엔저, 산업구조개편… 일본 전자, "好好시절이 왔다"

“일본 전자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리며 발주량도 66% 늘었다. 일본 업계는 이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가파른 가격 인하 공세를 펼치고 있다. 2015년에도 이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전자 대기업에 납품하는 오사카 주재 국내 협력업체 대표의 말이다. 이처럼 일본 산업계는 ‘엔저’와 ‘경기회복’을 내건 아베 내각 정책에 힘입어 버블 이후 가장 공격적인 사업 기조를 펼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저가 전략을 통한 수출 공세, 대내적으로는 법인세 감세와 금융 완화정책에 따른 내수 수요가 ‘호시절’을 이끌고 있다.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전자산업의 발상지 간사이 지방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간사이 지역 수출은 20개월 연속 증가한 12조8000억엔을 기록,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전자제품은 물론 소재부품, 기계공업에서 선전한 덕이다.

이에 힘입어 일본의 9월 가계 실질 소비지출은 2.3% 늘어 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고 간사이 지역 대기업의 2분기 설비투자도 전년 대비 3.3% 증가해 4분기 연속 늘었다. 달러당 엔화 약세도 지속될 전망으로 다이와, 미즈호 등 금융기관들은 120~140엔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형 산업구조 개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의료기기, 자동차, 전지 등에 적극 진출하며 기업 체질을 바꾸고 있다. 파나소닉은 2012년 1조엔 수준이었던 자동차 관련 사업을 오는 2018년 2조엔으로 키운다. 2013년에는 자동차와 산업 기계 부문에서만 2조7376억엔을 올렸다.

이 같은 행보는 내비게이션, 카오디오 등에 사물인터넷(IoT), 전기차용 전지사업과 융합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최근 자동차 제조비용 중 전자부품의 비중이 20~30%에 달하고 하이브리드·전기차의 전자부품 비중이 2015년 40~50%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아 이를 뒷받침했다.

일본 태양전지 생산의 59.6%,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의 61.3%를 차지하는 간사이 지역에서는 이미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파나소닉이 도요타에 전지를 공급하며 미국 테슬라와도 미국에 대형 자동차 전지 공장을 건설한다. 교세라, 샤프, 카네카 등도 ‘간사이 클러스터’를 구성,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업계 추격에 고삐를 당겼다.

세계 2위의 의료·바이오도 빼놓을 수 없다. 간사이광역연합에 따르면 2012년 일본의 의료기기 생산액은 1조9600억엔이었다. 도쿄, 오사카 등에 일본 및 외국계 대형 의료기기·제약업체가 R&D 시설을 구축한 덕이다. 이 중 도쿄에서만 2010년 49억달러 규모의 의료기기가 생산돼 세계 전체 생산액의 1%를 차지했다.

연 매출 1조5000억엔의 1위 제약사 다케다와 4000억엔의 다나베미쓰비시 등 튼튼한 제약업계, 의료분야 산업화를 위해 간사이 광역권을 건강·의학 분야 특구로 지정한 아베 내각의 지원도 힘이 됐다.

전자업계도 호응하고 있다. 도시바는 내년 세계 1위 CT, 세계 3대 화상진단 업체로 올라 지난해 4400억엔이던 의료기기 매출을 7200억엔으로 끌어올리고 2017년에는 1조엔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료기기를 플래시메모리, 환경 산업과 함께 도시바의 3대 성장 동력으로 제시해 적극 육성한다.

조은진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 차장은 “일본 전자업계는 엔저로 번 돈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쓰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매년 1%씩 증가하는 일본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해 새 사업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아베노믹스의 효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실을 다져 장기 성장 기반을 닦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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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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