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업계 `허리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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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게임시장은 ‘거인’들의 대결이었다. PC·온라인에서는 10여년 간 흥행을 이어온 게임들이 선전을 펼쳤다. 모바일에서는 대형 퍼블리셔와 외산게임이 상위권을 번갈아가며 점령했다.

한국 게임산업 발전에 중추 역할을 해 온 중견 게임사 활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때 수출과 내수 양쪽에서 탄탄한 실적을 내며 활력을 불어넣던 중견 게임사들은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며 잔뜩 움츠러들었다. 섣불리 큰 프로젝트에 뛰어들지 못하고 마지못해 모바일게임 등으로 신성장동력을 찾는 형국이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나서지 말고 답이 보일 때까지 가만히 있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정부 규제에 업계가 뭉치지 못하는 것은 ‘허리기업’ 부진과 큰 연관이 있다”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허리 실종’은 한국 게임산업에 치명적이다. 대형사 위주 생태계는 산업이 아닌 몇몇 기업의 사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우선 고용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이미 국내 게임업계는 최근 1~2년간 큰 폭의 구조조정을 겪었다. 산업적으로도 다양성을 잃을 수 있다. 허리가 부실해지면 결국 뻔한 성공방정식만 남는다. 새로운 시도는 줄고 과감한 도전이 자취를 감춘다. 다양성 없는 콘텐츠산업은 결국 경쟁력을 상실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일부 기업이 보여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네시삼십삼분은 국산 모바일게임 생태계 활성화를 기치로 내세우며 새로운 형태 퍼블리셔로 자리잡았고, 게임빌·컴투스는 메신저 플랫폼에 기대지 않고 글로벌 히트작을 내놓으며 세계시장 공략 실마리를 찾았다. 웹젠은 중국 기업과 손잡고 기존 게임을 재해석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자본을 벌었다. 이들 모두 해법을 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력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허리기업 활기가 모일 때 비로소 생태계 전체 부흥이 가능한 공통의 답이 나온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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