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경제호가 새벽 어둠 속에 출항했다. 힘차게 고동을 울리며 항구를 떠났지만 항로는 순탄치 않을 듯하다. 한 배를 탄 선장과 선원, 승객 얼굴에는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고 그냥 파도에 몸을 맡길 수는 없는 일. 1년간 기상도를 예상해보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전반적인 여건은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내수침체와 저물가지속에 시달리면서 성장률이 3%대 중반에 머물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제활력이 계속 떨어지다 보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바통을 이어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한국경제호는 출항과 동시에 유가하락이라는 호재를 만났지만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유가하락이 기업 생산비용감소→제품가격 하락→소비증대→생산증대→투자확대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기를 모두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빚에 눌린 가계가 유가하락으로 얻은 구매력을 온전히 소비에 쓸지 불투명하다. 또 기업이 생산비용 절감분을 상품가격에 반영하는 대신 수익 확보에 집중하면 파급효과는 반감된다.
급속한 유가하락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예상할 수 있다. 유가하락으로 대외 건전성이 취약해진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 일부 산유국가의 위기가 신흥국으로 옮겨져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세계경제 회복세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다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세계시장의 잠재적 불안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가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침체에 빠지는 디플레이션이 빚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금융시장의 급변동에 대비하는 데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중국의 고속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도 변수다. 중국은 2011년부터 성장률 하락세가 뚜렷해졌고, 2012년부터는 8%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지난해 세웠던 것과 같은 목표치(7.5%)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올해 목표치는 7% 정도로 설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중국도 현실을 인정했다. 지난 12월 정치국 회의에서 저성장·저금리·저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 시대’ 진입을 공식화했다. 뉴노멀 시대에 맞춰 수출 대신 내수를 강화하고, 기술혁신을 통한 고부가치지 영역 확대 및 서비스산업 강화 등으로 경제운용방향을 선회할 전망이다.
중국을 최대 시장으로 하고 있는 한국은 이 같은 방향에 맞춰 항로를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간재와 자본재 등 중국의 생산투자에 맞춰 수출을 해왔다면 확대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으로 시장을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엔저 지속이다. 현재 엔화가치는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2012년 10월과 비교하면 40~50% 평가절하됐다. 한국기업과 해외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는 일본기업이 엔저를 바탕으로 수출단가 인하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면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국민총소득의 50%를 넘는 수출의존도를 가진 한국경제에 치명적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철저히 대비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기대와 우려 속에 출항한 한국경제호가 비바람을 헤치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권상희 정책팀장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