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안전한 먹거리와 가축분뇨의 자원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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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 세 바가지가 쌀 세 가마’라는 말이 있다. 예부터 농가에서는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비료에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특히 소와 돼지를 키우는 축사에서 배출되는 가축분뇨의 성분인 질소와 인, 유기물 등은 땅을 기름지게 하는 유용한 비료로 귀하게 여겨졌다. 따라서 짚 등과 섞어 발효시킨 가축분뇨를 논과 밭에 비료로 뿌려놓은 모습은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2013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육류 소비량 증가로 사육되는 가축 두수가 1990년대 대비 약 두 배로 늘어 가축분뇨 발생량이 연간 4600만톤에 달하며, 이 중 88.8%가 퇴·액비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법적 기준에 따라 비료공정 규격을 준수해 생산되는 퇴·액비는 고작 10%에 불과하다. 결국 아무런 품질 기준 없이 가축분뇨인지 퇴·액비인지 모호한 상태로 가축분뇨의 79%인 3600만톤이 토양에 뿌려지고 있는 셈이다. 토양이 정화시키고 양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은 한정돼 있는 데 비해, 대량의 가축분뇨가 무분별하게 뿌려짐에 따라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첫째 문제는 수질 오염이다. 현재 수계로 유입되는 오염원의 약 70%는 바로 비가 내리면서 비특정경로로 유입되는 오염원인 비점오염원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32%가 가축분뇨에 기인한다. 토양에 뿌려진 가축분뇨가 빗물에 섞여 수계로 흘러 들어가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가축분뇨의 질소와 인은 녹조 발생의 주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하천을 오염시키고 식수의 안정성까지 위협한다. 최근 하천에서 슈퍼박테리아가 검출됨에 따라 수계의 항생제 유입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가축분뇨가 발생시킨 또 다른 문제점이다.

둘째 문제는 바로 먹거리의 위협이다. 가축분뇨 퇴·액비를 토대로 성장한 작물은 결국 우리의 식탁에 올라온다. 문제는 이 퇴·액비에는 동물 항생제가 잔류한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 항생물질은 액비화 처리 시 겨우 33~54%만 제거된다고 한다. 흡착계수가 높은 특성상, 고형물인 퇴비에 잔류하고 있는 항생물질 비율은 액비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퇴·액비의 잔류 항생물질은 식물에 전이되는 것으로 보고된 만큼, 결국 항생물질은 고스란히 우리의 몸에 축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무분별한 자원화를 지양하고 고품질 퇴·액비 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농가 분포에 따라 가축분뇨 발생 편차가 큰 지역 특성을 고려해 적정량의 가축분뇨만을 고품질의 퇴·액비로 생산하고 활용해야 한다. 입법 예고로 규제가 없던 소규모 농가에도 비료공정규격이 적용될 전망에 따라 이에 따른 실질적인 관리 대책도 필요하다.

또 환경용량을 초과해 발생한 가축분뇨는 철저한 정화처리를 통해 수계로 배출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과거 식수 오염원으로 지적 받던 가축분뇨는 우리나라 정화처리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제 완벽하게 처리 가능하다. 보다 엄격한 처리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비롯한 각종 오염물을 제거함으로써 환경오염은 물론이고 식수와 먹거리를 위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 환경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자원순환이다. 가축분뇨가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저해하지 않는 진정한 자원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대책과 종합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정일호 부강테크 회장 bkt@bk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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