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경진(가명) 씨는 재작년 11월 집에 있는 TV를 바꾸기 위해 가격을 알아보다 친구에게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판매되는 TV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다. 같은 제조사의 50인치 풀HD TV 가격이 국내가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국내 제품과 비교해 3D영상을 볼 수 없는 등 부가 기능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어차피 쓰지 않을 기능이라 상관하지 않았다. AS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아마존에서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이후 신발이나 시계 등도 국내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 많아 곧바로 해외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접속해 쇼핑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에 또 다시 TV를 구매했다. 이번에는 친형 집 TV를 교체했다. 국내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형이 부탁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변하고 있다. 해외 사이트를 통한 직접구매(일명 직구)가 활발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은 해외로 돌아서는 추세다. 국내 유통가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국내에 불어 닥친 ‘블랙프라이데이’ 열풍은 이를 방증한다. 미국 명절인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 상품 세일 행사를 말하는 블랙프라이데이는 과거 국내와 상관없는 행사였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유통가의 키워드였다. 평소 갖고 싶던 해외 상품이나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값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며 국내 유통시장에서도 무시 못 할 현상이 됐기 때문이다.
관세청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직구 금액은 지난 2001년 약 140억원에서 2013년 약 1조1000억원으로 77배가량 급증했다. 연평균 43.6% 성장했다. 지난해는 1월부터 10월까지 해외 직구 금액이 1조3589억원으로 집계돼 이미 전년 기록을 넘겼다. 11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세일기간이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전체 금액은 2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 보다 갑절 늘어난 것이다.
국내 소비재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2001년 전체의 0.07%에 불과했지만 2013년 1.8%까지 확대됐다.
해외 구매 열풍은 국내 내수 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낮은 소비심리에 더해 기존 구매 수요까지 해외에 뺐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유통가 성장은 예전만 못하다.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매출이 줄고 있다. 백화점도 2012년 1분기 매출이 급감한 이후 다시 반등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온라인 쇼핑도 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성장세는 줄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전체 온라인 쇼핑 취급액 기준으로 지난 2011년 전년 대비 15.1%를 기록한 성장세는 2012년 14.4%, 2013년 11.4%로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는 11%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해외 직구가 앞으로 더 늘어나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의류잡화 등 낮은 가격대 제품에서 가전제품 등 고가 제품으로 구매가 확산되며 해외 직구 금액은 올해부터 연평균 50%씩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오는 2018년에는 해외 직구 금액이 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