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Spam)이라는 말은 받는 사람의 의향을 전혀 무시하고 무차별적으로 대량 배포하는 메시지를 말하는 것으로 주로 이메일 광고에 이용된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벌이는 선전 활동을 스팸으로 정의한다면 스팸의 기원은 무려 중세 유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3∼15세기에 걸쳐 유럽은 문맹률이 낮아지면서 독서 인구가 급증했다. 독서 인구가 늘어나면서 책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 성경을 복제하는 수도사에서 책을 만들기 위한 글쓰기까지 다양한 일이 시작됐다.

15세기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 기술을 발명하기 전까지 책은 모두 손으로 한 글자씩 써야 했다. 책을 복제하는 장인에겐 높은 지식이 요구되며 보수도 높았다. 왕성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게 책이나 성경을 베껴 쓰는 장인이 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미 13세기 초부터 이런 장인끼리 경쟁에서 이기려는 의식은 싹트기 시작했다. 10종에 이르는 서로 다른 필기체를 우아하게 잘 다뤄 경쟁자를 압도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책에 멋진 수를 놓는 등 자신의 능력을 고객에게 어필하는 한편 책 말미에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선전 문구를 넣기도 했다. “만일 아름답게 쓰인 책이 좋다면 ○○에 있는 누구를 찾으라”는 식으로 잠재 고객에게 어필하는 문고를 광고로 삽입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세 유럽에서 태어난 세계 최초의 스팸 광고다.
잠재 고객에게 광고 문구를 보내는 광고는 대상이 정해진 경우는 물론 만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구약이 좋다면 신약도 당신을 위해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컬렉션 욕구를 자극하는 패턴 같은 것도 등장했다. 이는 마치 아이튠즈에서 앨범 컬렉션을 완성하라는 식과 비슷한 것이다.
이후에도 신용카드 크기 전단지나 광고지 등 스팸 광고로 발전했고 지금은 대량, 무차별 이메일 형태로 모습을 바꿨다. 무엇보다 한 글자씩 직접 손으로 쓴 중세 유럽의 스팸 광고는 일종의 작품이라고 할 만큼 노력을 기울인 것이었다. 이에 비해 노력 없이 남발하는 현대 스팸 광고는 귀찮은 존재로 느껴지기 일쑤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