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사상 최다인 열 개 완성차 업체가 참가한 ‘CES 2015’에서 자동차 업계는 ‘연결성(connectivity)’의 지속적인 확장과 경쟁의 벽을 허무는 개방 그리고 협업이 기술 혁신의 핵심 화두로 등장했음을 확인시켰다.
특히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시스템 등 차세대 자동차 기술 혁신이 IT 및 전자 산업과 융합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5일(현지시각) CES 개막을 하루 앞두고 기조연설에 나선 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이사회 의장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콘셉트카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임러그룹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및 혁신의 무대로 IT 및 전자 산업을 지목한 셈이다.
제체 의장은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1990년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했으며 2년 전에는 S클래스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해 100㎞ 이상의 거리를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F015에 적용된 차세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과정에서 실리콘밸리의 연구개발 팀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부터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실리콘밸리의 혁신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차세대 자동차 산업에서 국경과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공개된 F150 럭셔리 인 모션은 현존하는 자율주행차 기술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데 손색이 없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 디자인에 축간 거리(휠베이스)를 최대한 늘려 운전자와 동승자들의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전방 좌석은 360도 회전할 수 있어 뒷좌석 승객과 마치 응접실에 앉은 것처럼 이야기하며 이동할 수 있다.
제체 의장은 자율주행 상용화 및 확산 과정에서 업체 간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자율주행차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려면 고객 데이터 보안, 사고 시 법적 책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완성차와 부품 업체를 포함한 산업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협업은 친환경차 시장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도요타가 수소연료전지차(FCEV) 시장의 본격적인 확대를 위해 5680건에 달하는 관련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하는 초강수를 CES에서 전격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차세대 친환경차인 수소연료전지차 확산을 위해 개방과 협업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도요타는 이날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20년이 넘는 연구개발로 단독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 5680건의 연료전지 관련 특허권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허권 공개는 FCEV 도입 초기 단계의 보급을 더욱 빠르게 하려는 전략이다. 신모델 개발과 시장 진출과 관련해 다른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에너지 회사와도 폭넓게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도요타가 공개한 특허 종류는 △연료 전지 스택 약 1970건 △고압 수소 탱크 약 290건 △연료 전지 시스템 제어 약 3350건 등으로 FCEV 개발과 생산의 근간이 되는 특허들이다. 도요타는 2020년 말까지 수소연료전지차 제조 및 판매 과정에서 자사의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규모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수소 공급에 필수인 수소 충전소 관련 특허 약 70건은 특허권을 기간에 상관없이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충전 인프라 확산 없이는 수소연료전지차 보급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업종의 벽을 넘는 협업을 선언한 것이다.
커넥티드카 기술 혁신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동차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GM이 4세대 LTE 망을 이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온스타 4G LTE’를 연내에 사실상 전 세계에 서비스하기로 한 것은 연결성에 기반을 두고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톰 닉슨 GM 온스타총괄 CTO는 “차량 연결성은 이미 소비자가 신차 구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며 “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제어 기술의 발전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동작 인식 및 멀티터치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는 ‘골프 R 터치’를 이번 CES에서 처음 공개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