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변호사들이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한 채, 대부분 의무 연수교육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리사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할 관리감독기관인 특허청은 이 같은 사실을 사실상 관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식재산(IP) 분야 관련 지식이 없는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하면 전체 IP 법률서비스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1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집계된 의무 연수교육 1주기 결과 전체 2844명의 변호사 출신 변리사 가운데 의무연수를 한 시간도 듣지 않은 사람은 86.9%인 2470명으로 거의 대부분 연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변리사들은 전체 2613명 중 2239명이 100% 교육을 이수했다.
올해 상황도 지난해와 유사하다. 21일 현재 전체 등록 변리사 중 휴·폐업자를 제외한 5687명 중 절반 이상(2898명)의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자동 취득한 경우다.
지난 2011년 12월 시행된 개정 변리사법 제5조는 변리사로 등록한 이들에게 매 짝수 해 1월 1일부터 이듬해 12월 31일까지 2년을 주기로 24시간의 변리사 연수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변리사회는 강경한 태도다.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은 “변리사 의무연수교육은 변리사의 자질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라며 “변리사법은 미이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담당하는 특허청은 집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징계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되면 변리사회는 특허청에 징계개시를 신청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자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
반면에 변호사들은 별도의 변호사 의무연수를 받고 있는 만큼 변리사 의무연수 교육까지 이수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 의무연수에서도 지재권 교육을 이수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변리사회를 통한 의무교육도 받을 생각이 있다”며 “변리사회는 변리사회 시험 출신 및 변호사 출신을 가릴 것 없이 등록 변리사들이 의무교육을 성실히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변리사회는 “연수운영 전산화로 이전보다 관리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리사 관리감독기관인 특허청은 이 같은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사실상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 특허청 산업재산인력과는 올해 ‘연내 과태료를 부과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업계와 약속했으나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사안 해결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대순 특허청 산업재산인력과장은 “변리사법 제3조에 따른 변호사의 변리사 등록과 변리사법 제5조에 따른 변리사 등록은 다르다는 주장이 있는 만큼 관련 법령을 신중히 검토한 후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혜연 대한변협 과장은 “제도 도입부터 논란이 됐던 문제로 변협 산하 직역대책위원회를 가동해 관련 사항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계 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라며 “특허청이 과태료를 부과할 때에는 행정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리사 의무교육 연수 현황(2013.12기준)>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