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자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면서 일반 협력업체에 불공정거래를 일삼은 공기업을 적발했다.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국전력공사, 도로공사, 철도공사, 가스공사 등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불공정 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누구나 알만한 공기업들이다.
그간 이른바 ‘갑질’은 대기업 전유물이었다.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구호 속에 대기업도 이제 눈치를 본다. 공정 거래를 정착시켜 갈 마당에 다름 아닌 공기업들이 이런 행태를 보였다. 개탄스럽다.
공기업 횡포는 대기업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계열사나 퇴직자가 간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기본이다. 한전 자회사인 한전KDN는 특별한 역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과 발전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정보기술(IT) 구매 단계 중간에서 ‘통행세’를 걷었다. 공기업은 일감을 몰아주는 것도 모자라 거래 금액 편의를 봐줬다.
이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다른 협력업체에 전가했다. 심지어 이미 끝난 계약인데도 예정 가격을 잘못 책정했다는 황당한 이유로 지급한 대금 일부를 토해내게 한 공기업도 있다. 대기업도 하지 않는 부당한 요구다.
자회사나 퇴직자 취업 기업이 다른 일반 협력사보다 아무래도 유리하다는 것까지 트집을 잡고 싶지 않다. 수의계약도 별 문제가 아니다. 사안에 따라 공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수의계약이든 경쟁 입찰이든 납품한 일반 협력업체를 부당하게 차별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법 위반이다.
공기업까지 위법을 일삼는다면 우리 경제 혁신의 가장 큰 화두인 공정거래 정착은 갈수록 멀어진다. 무엇보다 공익을 따르는 바람에 경영난을 면치 못한다는 공기업 하소연까지도 진실성을 의심받게 만든다. 공기업은 다른 것도 아닌 불공정 거래로 처벌을 받는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참에 관행처럼 굳은 수직적 협력사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혁신을 꾀해야 한다. 어쩌면 이는 본업보다 더 중요한 공기업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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