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영화 ‘인터뷰’의 개봉을 전격 취소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나 소규모 영화관 등을 통한 이른바 ‘2차 출시’도 하지 않는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픽처스가 해킹 단체의 테러 위협과 극장들의 상영 취소가 잇따르자 오는 25일 예정된 영화 개봉을 전격 취소했다.
소니픽처스는 1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극장 업체 대다수가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로 한 점을 고려, 오는 25일 예정됐던 극장 개봉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니는 성명서에서 직원과 관객의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극장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게린 소니 대변인은 기자들이 영화가 나중에라도 극장에서 개봉하는지, TV방영이나 MOD(주문형비디오영화) 서비스 계획은 없는지 등을 묻자, “(어떤 형태로든) 추가 출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해커들, 너희가 이겼다.”(The hackers won.)
WSJ 온라인판 기사의 첫구절이다. 이 신문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소니의 이번 조치를 테러에 대한 미국의 굴복으로 본다.
뉴아메리카재단의 수석연구원 겸 사이버보안 전략가인 피터 싱어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전세계 테러리스트들에게 사이버 공격이 효과적 수단이라는 확신을 갖게 할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전날 미국 대형 극장 체인인 리걸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 시네마크 홀딩스 등은 인터뷰의 상영을 포기 또는 연기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미 1위 케이블사업자인 컴캐스트까지 MOD 방영에 난색을 표하자, 내심 2차 출시를 염두해 뒀던 소니는 결국 ‘상영 취소’라는 백기 투항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소니는 성탄절인 오는 25일 미국과 캐나다 개봉을 시작으로, 세계 63개국에서 이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영화 개봉 취소로 금전적 손실도 적잖다. 영화 소식지 ‘박스오피스 애널리스트’의 더그 스톤 대표는 7500만~1억달러(826억∼11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됐던 인터뷰의 개봉 취소로 소니에 4100만~5500만달러(450억∼6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김정은 위원장의 인터뷰 기회를 잡은 미국 토크쇼 사회자와 연출자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김정은 암살 지령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로, 북한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해킹 공격을 당한 소니는 소속 할리우드 배우들과 전·현직 임직원 등 4만7000명의 신상, 미개봉 블록버스터 영화 등의 기밀정보를 유출 당했다.
한편, 연방수사국(FBI) 등 미 수사당국은 해킹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이르면 18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