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국제유가 하락을 공공요금에 반영하라고 지시하면서 전기요금 인하가 가시화했다. 요금을 더 올려도 모자랄 판에 인하 요구가 빗발치니 한국전력은 난감하다. 그간 추진한 요금 현실화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러나 요금 인하는 신중해야 한다. 국제유가가 많이 내렸다고 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결정할 사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국제적으로 싼 편이다. 2004년 이후 꾸준히 올렸음에도 그렇다. 찔끔찔끔 올리다가 그나마 지난해까지 3년간 인상한 요금 덕분에 한전도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올린 요금도 OECD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싼 전기요금은 과소비를 부른다. 가정이든 사무실이든 한겨울에 반소매 옷을, 한여름에 긴소매 옷을 입는다. 북반구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전기 절약 캠페인도 잘 먹히지 않는다. 선진국엔 이런 캠페인이 없다. 비싸니 당연히 알아서 아껴 쓴다.
기름을 때서 만드는 전기다. 유가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는 것 자체는 옳다. 그런데 과거 유가가 급상승할 때 전기요금도 똑같이 올렸는가. 유가가 다시 오를 때 요금을 그만큼 올려줄 것인가. 그간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아마도 유가가 다시 오르면 서민 가계와 제조업에 부담이 되니 전기요금이라도 올리지 말라는 요구만 빗발칠 것이다.
똑같은 전기요금이라도 일부 저소득층 계층과 영세 제조업체에 큰 부담이 된다. 일시적 요금 감면 혜택과 같이 이들만을 위한 배려라면 있을 수 있다. 일괄적인 요금 인하는 전혀 다른 문제다. 여당이 그토록 반대한 무상급식과 과연 뭐가 다른가. 여당 논리대로 하면 부자 전기요금 인하다.
유가하락을 계기로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서민 가계 주름살을 펴주자는 전기요금 인하 취지를 존중한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 공기업 부실 심화, 에너지 과소비, 에너지산업 구조 개편 지연 등 역기능이 수두룩하다. 앞으로 전기요금을 무조건 유가와 연동하겠다면 또 모르겠다. 요금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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