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구 멸망 7개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전염병, 핵전쟁, 입자가속기, 신적 존재의 실험 중단, 지구 온난화 그리고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다. 7개 시나리오 중 거의 대부분이 이미 영화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행성 충돌은 영화 속 소재 이전에 이미 지구가 여러 번 경험한 바다. 6500만년 전 멕시코에 떨어진 소행성은 지구를 극한의 추위로 몰아넣었다.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들은 혹한 속에 멸종됐다. 1908년 시베리아에 떨어진 작은 소행성은 엄청난 면적의 삼림을 황폐화시켰다. 최근 100명의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이 수 세기 동안 인류가 당면할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소행성 충돌을 막을 글로벌 경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소행성 충돌을 앞둔 인류의 대응은 어떨까. 영화 ‘아마겟돈’ 속 영웅들은 우주로 날아가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에 구멍을 뚫는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1998년작 아마겟돈은 소행성의 지구 충돌 위험을 그린 SF 재난영화다. 브루스 윌리스와 리브 타일러, 벤 애플렉 등 당시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배우들이 출연했다. 영화 속 지구는 2만2000마일 속도로 돌진하는 소행성 앞에 멸망 위기에 놓인다. 인류가 찾은 해결책은 소행성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핵탄두를 장착해 폭파하는 것.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유정 굴착 전문가 해리 S. 스탬퍼(브루스 윌리스 분)가 소행성 폭파 특명을 받는다. 유정을 개발하다 하루아침에 인류의 희망이 된 해리와 그의 동료들. 미국 우주항공국(NASA)에서 비행 훈련을 받고 인류 운명을 짊어진 채 우주로 향한다. 두 대의 우주선에 나눠 탄 용사들은 소행성에 접근하지만 한 대가 유성 파편에 맞아 추락한다. 해리와 남은 동료들이 우여곡절 끝에 굴착 작업을 완료하지만 무선 폭파 장치 고장으로 누군가 남아 핵탄두를 폭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주인공 해리가 남아 폭파 버튼을 누르며 지구를 구한다.
인류 전체의 위기를 미국 주도로 해결책을 찾고 미국인이 해결한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웅주의가 반영된 영화지만 소행성 충돌을 소재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었다. 16년 전 작품이지만 영화 속 특수효과는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영화 시작 초반 운석이 도시를 강타하는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아마겟돈처럼 소행성 충돌로 지구 멸망이 일어날까. 적어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은 마음을 놓아도 될 전망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소한 지난 30억년 동안 지구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정도의 큰 소행성 충돌은 없었고 앞으로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공룡을 멸종시킨 규모는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라고 하니 과학자들 주장대로 글로벌 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마음 편할 듯 싶다. 현실에선 소행성에 구멍을 뚫을 영웅이 없을 테니 말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