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12월 12일. 미국 아이오와에서 잭 킬비와 함께 집적회로(IC:Integrated Circuit)를 개발한 로버트 노이스가 태어났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노이스는 대학을 마친 후 MIT로 진학해 1953년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후 필코에 취직해 트랜지스터를 연구하다 8명의 동료와 함께 나와 페어차일드반도체를 설립한다. 이곳에서 노이스는 실리콘 소재를 사용한 최초의 집적회로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의 집적회로 개발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잭 킬비와 로버트 노이스는 유례없는 경쟁을 벌인다. 두 사람은 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집적회로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 시기는 잭 킬비가 빨랐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노이스의 기술이 뛰어났다. 잭 킬비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로버트 노이스의 페어차일드반도체는 누가 먼저 집적회로를 개발했느냐를 두고 10년에 걸친 법정 싸움을 벌인다. 긴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이 노이스의 손을 들어 주지만, 판결 이전에 두 회사가 서로 권리를 인정하고 특허 공유에 합의해 훈훈한 마무리를 한다.
이후 노이스는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동료 고든 무어와 자신들의 이름을 딴 ‘노이스-무어 일렉트로닉스’를 설립한다. 하지만 ‘노이즈가 많다’는 뜻으로 들린다는 의견에 따라 통합을 뜻하는 인티그레이트와 전자를 의미하는 일렉트로닉스 두 단어를 조합해 인텔(INTEL)이라는 이름의 역사적인 회사를 1968년 실리콘밸리에 창립한다.
노이스와 킬비의 집적회로 개발은 20세기 최고의 발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지난 2000년 킬비는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는데, 노이스는 1990년에 사망해 수상의 영예를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킬비는 수상 연설에서 노이스의 성과를 잊지 않고 언급했다.
지난 1999년 미국 LA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 경제에 가장 영향을 미친 50인’에서도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를 발명한 공로로 윌리엄 쇼클리, 로버트 노이스, 잭 킬비가 공동 1위에 올랐다. 또 2007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1950년 이후 세계를 변화시킨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5인’에도 노이스와 킬비는 이름을 올렸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