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속성은 모험이다. 새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로 창업해 성공하면 큰 금전적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실패해도 초기 투자 자금이 많지 않아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하지만 성공하는 벤처는 극히 드물다. 아무리 뛰어나고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라도 때를 잘 만나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투자자를 만나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창업가나 투자자는 초기 적은 돈을 투자한 벤처기업이 성공하면 그 지분을 파는 대가로 엄청난 성공을 얻을 수 있다. 인수합병(M&A) 또는 기업공개(IPO) 후 지분을 판 창업가와 투자자는 그 이익으로 또 다른 벤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IPO까지 시일이 많이 걸려 대부분 매각할 때 지분을 판다.
우리나라만 다르다. 벤처 창업가든 투자자든 매각보다 IPO를 선호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2개 벤처기업과 50개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IPO를 우선시하고 M&A에 부정적이었다. 벤처캐피털이야 필요에 따라 더 큰 이익이 예상되는 IPO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창업가까지 이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벤처 창업가라기보다 기업가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나라 벤처기업을 벤처라고 부르기 힘들다.
이렇게 된 이유는 있다. M&A를 부정적으로 보는 문화가 팽배해 제값을 받고 팔수 없다고 여긴다. 좋은 벤처기업이 나오면 M&A를 하기보다 기술이나 인력을 탈취하는 대기업들의 그릇된 행태가 이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부채질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 풍토가 지속되면 벤처생태계는 제대로 구축할 수 없다. M&A 없이 IPO만으로 벤처 투자 회수 체계가 절대로 굴러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M&A를 둘러싼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를 지원함으로써 M&A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전문 컨설팅 서비스와 거래소 인프라를 확충할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대기업을 비롯한 일부 기업의 약탈적 기술과 인력 탈취는 엄벌해야 한다. M&A 활성화만 잘해도 벤처기업에 쏟아붓는 막대한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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