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저유가시대 바뀌는 산업지형-국제유가 4년래 최저, 언제까지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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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너지 등장을 겨냥한 오일머니의 역습이 본격화됐다. 계속되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그동안 각광받던 비전통 석유가스들은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저성장, 공급과잉 구조로 유가 하락 신호가 지속된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 합의 실패는 유가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에너지 업계는 미국 등이 비전통 자원으로 세력을 키우는 것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경고 메시지로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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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약세 당분간 이어진다

이번 국제 유가 폭락은 지난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석유장관회의에서 회원국들이 평균 3000만 배럴인 산유량 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여파가 컸다. 이미 국제 유가가 공급과잉으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마당에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사태 추이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산유량 감축으로 유가 하락에 대응해 온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날에만 각각 브렌트유는 6.9%, 서부텍사스원유(WTI)는 7.56% 급락했다.

지금도 국제 유가는 7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추세로 볼 때 업계는 당분간 유가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PEC 회의가 불씨를 당기긴 했지만, 지난 6월 이라크 내전 확대 등으로 배럴당 110달러 이상의 단기 고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추락해 9월초에는 100달러 선이 붕괴되는 등 전체적인 시장 동향이 내림세를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제 유가 약세 원인은 △국제 원유 초과 공급 상황 지속 △지정학적 불안 요인 완화 △달러화 강세로 요약된다.

공급과잉 양상은 비OPEC 원유 생산 증대의 영향이 크다. 세계 원유 공급량은 비OPEC 생산국들의 증대로 지난해보다 81만배럴/일 증가한 9290배럴/일 수준을 기록했지만, EU와 중국의 경기 침체, 일본의 발전용 수요 감소 등이 겹치면서 수요는 정체 상황으로 돌아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9260만배럴/일 수준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라크,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자원 이슈를 야기했던 정정 불안 요인도 더 이상 언급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사태가 다소 진정되고, 원유 생산 차질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면서 위기감이 완화된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라크는 IS와 내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고, 최근 연방정부 구성 등으로 정정 불안이 완화되고 있다. 리비아 역시 정부와 반군 간 일부 협상 타결로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달러화는 미국 양적완화 규모 축소와 경기 회복 가속화로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유가하락에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지금이 국제 유가가 하락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3박자가 두루 갖춰진 시기로 평가하고 있다. 적어도 올해와 내년 초까지는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주도권 확보전, 대치와 전면전 사이

현재 유가 하락 이슈에서 반등의 가능성은 예외적인 시나리오다. 업계는 70달러 안팎에서의 안착과 추가 하락에서 다양한 예측을 하고 있다. 반등 예상이 없는 데에는 비OPEC 국가들의 생산으로 석유 시장에 경쟁체제가 만들어진 측면이 크다. 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통해 유가 상승을 유도하지 않은 배경에는 감산에 따른 시장 지배력 축소를 우려하고 있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내년 6월로 예정된 OPEC 각료 회의 때까지의 기간에 주목하고 있다. 이맘때까지 60달러 선 붕괴 여부에 따라 가격 안착과 추가 하락이 결정된다는 분석이다. 일부는 OPEC이 60달러 선까지 유가를 내려 셰일오일 기업들에게 타격을 준 뒤 다시 70달러 선에서 가격을 안정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서는 40달러 선까지 폭락을 예상하는 곳도 있다. 내년 6월 각료회의에서도 감산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유가의 향방은 OPEC과 비OPEC 국가들 간 에너지 주도권 전쟁이 어느 수준까지 가느냐에 결정될 전망이다. 만약 OPEC 회원국, 그 중에서도 이번 감산 철회를 주도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셰일오일에 전면전을 선포할 경우 유가는 40달러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 북미 셰일가스 중 일부 제품은 40달러 선에도 수익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이번 유가하락을 중동 오일머니와 북미 셰일오일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40달러 선을 향해 내려갈 경우 국제 에너지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피하기 힘들다. 단기적으로 고유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가능해 개발된 석유와 가스전들은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들어진다. 이번 유가하락에 가장 큰 피해자로 러시아 등 비OPEC 자원국들이 피해국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하지만 60달러 이하의 저가 경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일단 중동 국가들이 유가 하락을 주도하긴 했지만 경제 전반이 석유에 연관되어 있는 국가 시스템 상 유가 경쟁을 통한 주도권 싸움을 유지하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셰일오일과의 경쟁으로 저유가 카드를 꺼냈지만, 국가 경제구조상 이를 지속하기 힘든데다 비전통자원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는 만큼 적정 수준에서 가격이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국제유가 동향(단위: 달러/배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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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