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제조업 혁신 3.0 전략’에 속도감을 높이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재도약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범 정부, 전 산업 측면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정부가 앞서 밝힌 대로 6개 세부 대책 수립과 확정을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간 일부 대책 수립이 지연되자 일각에서는 소관 부처가 모든 정책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 한번에 발표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미 큰 그림이 그려진만큼 발표 형식에 매달리기 보다는 세부 정책을 각개전투식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제조업 혁신 3.0을 발표하면서 내다본 국내 제조업의 골든타임은 향후 3년이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과 추진체계를 갖춘 후 실제 행동에 옮겨 효과를 거두기까지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셈이다. 기존의 틀에 박힌 정책 수립-보고·확정-실행 체계로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 겉모양만 번지르해질 수 있는 제조혁신위원회 운영도 내실을 기해야 한다. 위원회 참여 인사들을 살펴보면 분명 우리나라 제조업 혁신을 이끌 ‘드림팀’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 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더해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현 운영 방식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또 하나의 형식적인 협의체 모습을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조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첫 회의를 가진 후 한번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 아직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전체적인 그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위원마다 전문 분야가 다르다보니 자신이 관심을 갖는 특정한 소그룹 형태 모임이 열릴 때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참여 인사의 면면을 볼때 사실상 당초 계획인 월 1회 개최가 어려운 만큼 분기 또는 반기 형태로 개최 간격을 늘리는 것이 낫다. 대신 산업 또는 주제별 분과를 구성하고 별도의 전문위원들을 임명해 전체 회의를 뒷받침하는 형태가 효율적으로 여겨진다. 필요하다면 전체 회의에 얽매이지 말고 개별 정책은 분과위원회를 통해 곧바로 수립·확정하는 파격적인 방식도 시도해볼만하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체감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한 발 빠른 정책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