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삼성·LG그룹을 대표하는 종합부품회사다. 대부분 사람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주요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 못지않게 부품 시장에서도 두 그룹 간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자들이 두 회사를 비교하는 내용을 물을 때마다 LG이노텍 임원들은 곤혹스러워했다. 아직 LG이노텍은 삼성전기와 견줄 만큼 크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실제 실적 차이가 명확했다. 삼성전기가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 경신 행진을 잇는 동안 LG이노텍은 적자를 면하기 위해 허덕였다.
결정적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이후 두 회사는 희비가 확연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면서 삼성전기는 수혜를 톡톡히 봤다. 주기판(HDI)·카메라모듈·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삼성전기가 공급한 덕분이다.
반면에 LG이노텍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LG전자가 초기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LG이노텍은 부품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전기와 달리 LG이노텍은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기가 뒤따랐다. 역대 전문경영인(CEO)들이 임직원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세계 스마트폰 2위 기업 애플을 거래처로 확보하면서 LG이노텍은 반전에 성공했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애플을 고객사로 잡기 위해 LG이노텍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다. 올해 들어 LG전자까지 살아나면서 지난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섰다.
그 사이 승승장구했던 삼성전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성공은 보수적이고, 패배는 혁신적’이라는 황금률은 역사가 입증해왔다. 성공을 거듭하며 혁신에 둔감해진 삼성전기, 살아남기 위해 혁신을 거듭해온 LG이노텍. 이제 혁신을 위한 채찍을 들어야 할 쪽은 삼성전기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