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세계 수준의 연구소 육성사업(WCI)’ 지원기간이 올해로 끝나면서 내년 예산은 절반으로 축소됐다. 해외 인력도 떠나거나 떠날 예정이어서 후속관리가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지난해 지원이 종료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 역시 내년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 학과가 나왔다. 과학계는 정권 차원에서 보여주기 식 혹은 치적 쌓기용으로 추진한 사업의 폐해라는 진단을 내놨다.
1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WCI 지원이 종료된 3개 연구센터의 내년 예산이 절반으로 축소 편성됐다. 예산이 축소되면서 센터장을 맡았던 해외 석학이 돌아가고 해외 연구원들도 상당수 이탈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은 내년 예산으로 올해 70억원의 절반인 35억원을 책정했다. 조지 어거스틴 단장도 떠나며 해외 연구원 20여명도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핵융합연구소 핵융합이론센터 역시 내년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올해 25억3000만원의 예산이 내년엔 12억5000만원이 된다. 패트릭 다이아몬드 센터장 역시 본국으로 돌아가고, 해외 연구원 일부가 돌아갈 예정이다.
1년 앞서 WCI 지원이 종료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WCI 센터였던 ‘키노믹스 기반 항암연구센터’의 기능을 난치질환연구센터로 옮겨 운영하고 있다. 레이몬드 에릭슨 센터장도 WCI 지원이 종료되면서 한국을 떠났다.
WCI보다 먼저 시작했던 WCU 사업도 지속 운영에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WCU 1유형으로 신설한 34개 학과는 BK21플러스 사업을 통해 일부 후속 지원한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아닌 학과 중 일부에서 내년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 사례가 나왔다.
WCU 사업에는 5년간 8000억원 이상, WCI에는 5년간 610억원이 투입됐다. 두 사업 모두 이명박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후속 지원이 약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학계는 해외 석학과의 공동 연구로 얻은 성과가 있긴 하지만, 후속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권 차원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연구사업의 태생적 한계라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사업 등도 자칫 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계 한 교수는 “WCU와 WCI는 약 9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실상 다 날린 것”이라며 “대학과 연구소는 본연의 시스템이 있는데 정부가 돈을 투입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봐야 해당 조직 안에서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가 끝난 후 창조경제 사업 역시 같은 길을 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해외 연구자가 떠나도 그동안 함께 연구했던 것은 국내 인력에게 전수된다”면서 “정부가 종잣돈을 투입해 연구센터를 만들었고, 이후에는 연구기관이 직접 자원을 투입해 후속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