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부쩍 잦아진 수시 인사…정의선 체제 가속화하나

현대자동차그룹이 부쩍 잦은 계열사 대표 인사를 단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주요 계열사 대표의 승진 및 교체 인사는 자의든 타의든 전임의 퇴진에 따른 후속 인사 성격이 짙다. 또 현대차그룹의 수시 인사가 통상적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사장단 인사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 잇따라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한 것은 이전과는 다른 기류라는 분석이다. 엔저 등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년 경영 계획을 빠르게 확정하고 공격 경영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앞두고 세대교체 및 친정체제 구축을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한 달 간 세 곳의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우 부회장은 2010년부터 박승하 부회장과 함께 현대제철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하지만 박승하 부회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우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강학서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 투자를 완료하고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 합병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에는 이삼웅 기아자동차 사장이 사퇴하고, 후임 대표이사에 박한우 사장이 선임됐다. 이삼웅 전 사장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장기화로 막대한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잘못된 협상 관행을 타파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후임에 재경본부장 출신인 박한우 사장이 임명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박 사장은 올 7월 사장 승진 이후 4개월만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생산 및 판매에서 잔뼈가 굵은 이 사장 대신 환율 등 대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무통 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또 이달 초에는 현대엠엔소프트 대표이사도 교체됐다. 차인규 현대차 전무(연구개발본부)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새로운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그룹의 순정 내비게이션 및 텔레매틱스 솔루션을 개발하는 계열사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와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의 계열사 대표 인사는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수시 인사의 일환이며, 큰 의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대교체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수시 인사는 계열사 대표 세대교체와 정의선 부회장의 친정 체제 구축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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