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용도로 활용할 700㎒ 주파수 대역 20㎒ 폭을 최종 확정함에 따라 재난망 구축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700㎒ 주파수 대역 확정으로 재난망 구축 시범 사업과 본사업 정상 추진에 대한 우려도 해소됐다.
하지만 700㎒ 대역 중 재난망 용도 대역을 제외한 나머지 대역의 용도 활용 방안을 둘러싼 이해집단 간 논란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됐다. 700㎒ 주파수를 둘러싼 신경전이 지속될 수 밖에 없게 됐다.
◇ 재난망 주파수, 미래부·방통위 원안으로
국무조정실 주파수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14일 700㎒ 대역에서 20㎒ 폭을 재난망 용도로 우선 분배하기로 결정했다.
재난망 대역은 700㎒ 대역 전체 108㎒ 폭 가운데 상향 718~728㎒, 하향 773~783㎒로 결정됐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을 원안대로 확정한 것이다. 〈본지 10월 13일자 8면 참조〉
위원회는 미래부·방통위가 제시한 정부 안을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 국회가 제안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같이 결정했다. 위원회가 미래부·방통위 원안을 수용한 건 재난망 구축의 시급성과 재난망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래부·방통위 원안은 상향과 하향 주파수 간격이 55㎒ 폭으로 넓은 만큼 통신 안정성이 뛰어나고, 다른 주파수를 배정할 때도 효율적이다. 또, 일본 KDDI가 활용하는 이동통신 주파수와도 혼선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아태지역 주파수 분배 기준에 부합돼 장비·단말을 적기에 경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와 달리 지상파 방송사·국회가 내놓은 방안은 인접 국가와의 전파 간섭 우려로 재난망의 안정적 운영에서, 국제표준과 다른 주파수 분배로 인한 부품 조달 등 경제성에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글로벌 동향, 품질,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공개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방안”이라며 “재난망 용도로 718~728㎒, 773~783㎒를 분배한 건 최선의 선택”이라고 자부했다.
◇ 700㎒ 쟁탈전 불가피
재난망 용도를 제외한 700㎒ 주파수 나머지 대역(88㎒) 활용방안은 내년 상반기 확정된다.
700㎒ 주파수를 둘러싼 지상파방송사와 국회, 이동통신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 UHD 방송 용도로 최소 54㎒ 폭 이상이 필요하다는 요구와 이동통신 용도로 40㎒ 폭 이상의 광대역 주파수 요구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양 진영의 요구를 동시에 수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방송과 통신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위원회가 700㎒ 주파수 나머지 대역 (88㎒) 활용방안 마련을 위해 이미 결정된 이통 용도 대역 재검토를 포함한 것에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지난 2012년 1월 옛 방송통신위원회가 700㎒ 주파수 대역 중 40㎒(728~748㎒, 783~803㎒) 폭을 이통 용도로 지정한 결정을 사실상 번복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주파수 전문가들은 역발상을 주문했다.
이들은 “700㎒ 대역 88㎒ 폭을 지상파 UHD 방송 용도로 활용할지, 이통 용도로 활용할지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