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들은 일찍이 소재·부품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레이건 정부 이후 미국은 시장 실패가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개입하는 소극적 정책 기조를 이어왔다. 그러나 오바마정부가 들어서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금융·세제 지원을 확대해 소재·부품 등 자국 첨단 제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섰다. 최근 미국에서는 2000년 이후 발생한 경상수지 악화와 소득 양극화가 제조업에 소홀한 결과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앤디 글로브 인텔 전 회장은 “제조업이 고용 창출에 취약한 구조를 개선해 일자리 중심 경제로 나아가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일자리는 기업 생산능력 확대에서 발생하므로 인력, 기술, 인프라, 제조능력 등 미국 산업 생태계와 공동 자산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제조업 해외 이전에 따른 일자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독일도 소재·부품 등 첨단 제조업에서는 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자국 기업이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지 않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막대한 자금을 첨단 제조업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강국들이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힘쓰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역주행하는 분위기다. 우선 중견·중소 소재부품 기업에 집중 지원되는 정부 예산이 3년 연속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슈퍼달러·엔저 등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까지 줄어 우리 기업 사업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소재부품기술개발 사업, 소재부품기술기반혁신 사업 예산이 내년에도 줄어들 전망이다. 관련 예산은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 축소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부품부문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였지만 소재부문은 여전히 취약하다. 일부 소재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며, 대일무역적자 중 소재비중부문은 증가하고 있다.
소재·부품의 경쟁력향상을 위한 연구나 투자부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소재부품전문 중소기업의 성장원천인 핵심인력난이 과거에 비하여 오히려 심화되고 있으며 소재부품 전문기업 자체도 영세하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중국은 자국의 소재부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 제조 선진국들은 소재부품 분야를 중심으로 자국 기업 유턴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며 “세제 혜택뿐 아니라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정부가 우리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