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의 미래 먹거리 산업 창출을 위해 기획한 대형 연구개발(R&D)사업인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가 사업 원년인 내년에 집행할 신규 예산을 당초 목표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서는 R&D의 속도가 중요한데 야심차게 추진해온 국가 산업기술 프로젝트가 사업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심사와 기획재정부 협의 등을 거치면서 발목이 잡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기로 한 13대 산업엔진 R&D 프로젝트는 목표했던 1450억원 예산 가운데 77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초 1차 연도 확보 목표치의 절반 이상이 모자란 것이다. 고성장이 가능한 미래 산업분야 선점을 위해 산업부와 R&D전략기획단이 1년 넘게 준비한 사업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13개 프로젝트 가운데 7개 사업이 예타 심사에 걸려 있다. 상반기에 예타를 신청한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국민 안전·건강 로봇 △멀티터미널 직류송배전 시스템의 심의 결과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들의 내년 예산 배정을 위해서는 빠른 결과 도출과 기재부 예산 심의가 필요하지만 일정상 연내 확보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반기에 예타를 신청한 △자율주행 자동차 △고속수직 이착륙 무인항공기 △극한 환경용 해양 플랜트 △초임계 이산화탄소발전시스템 등은 일러도 내년 중반에나 심사결과가 나온다. 일부 과제는 기술성 평가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타가 보통 1~3년이 소요되는데 연구개발 과제는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해외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스피드’ 확보가 필수”라며 “특별한 대형 R&D 사업에는 별도의 패스트트랙 심사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미래 먹거리산업 확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별도 신규 예산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산업부는 기존 R&D사업의 예산 조정과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산업엔진 프로젝트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사업이라면 기존 자동차 관련 R&D 예산 일부를 전환하거나 유사한 기존 과제(인력양성, 기술인프라 구축)를 산업엔진 프로젝트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산업부는 이 같은 연관 부분까지 감안할 때 가용 예산은 내년도 4000억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 전문기관 한 관계자는 “미래 프로젝트 발굴에 착수한 지는 18개월이 됐고 관련 13개 프로젝트를 선정한 것도 1년 가까이 지났다”며 “미래형 R&D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도록 부처협의와 국회 판단에서 특단의 결정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산업엔진프로젝트는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고성장이 예상되고 우리가 강점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기술을 선정해 국가 연구개발을 집중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지난 연말 13대 과제를 선정한 데 이어 올해 3월 민관합동 산업엔진 추진단을 구성했고, 6월에는 대통령 주재 행사에서 제조업혁신 3.0 전략과 함께 창조경제 핵심과제로 보고됐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