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용으로 쓸지, 방송용으로 쓸지 공방이 한창인 700㎒ 주파수 할당 방향을 가늠해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통신업계와 방송업계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설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지상파 방송사를 노골적으로 편들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700㎒ 대역 용도 관련 공청회를 11일 미방위 전체회의실에서 개최한다. 통신과 방송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 중인 700㎒ 할당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통신 업계는 그동안 국회가 지상파 방송사 편을 들어온 만큼 이번 공청회가 방송 두둔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공청회에는 조규조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국장과 정종기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장, 이상운 남서울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가 진술인으로 참가한다. 진술인 의견 발표 후에 질의와 토론이 이어진다. 미방위 상임위원 22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방위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 때 700㎒ 할당을 두고 논란이 불거져 국회 차원에서 논의하자고 했는데 이번 공청회가 공식적 첫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라며 “최근 열린 비공개 간담회는 부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지 결정된 게 없어서 이번 공청회에서 새로운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미래부, 안전행정부, 미방위 3자 간담회에서 미래부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에 700㎒의 20㎒ 폭을 우선 할당하고 나머지 대역폭 용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논의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미방위 의원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재난망 사업은 정부 원안대로 주파수를 할당받을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당시 일부 야당 의원이 ‘재난망 우선 할당’이 아니라 ‘재난망과 UHD 방송용 주파수 동시 결정’을 주장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또 국회의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지상파 방송사에 700㎒ 대역을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번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송 3사에서 생중계를 할 것으로 알려져 통신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한국방송협회는 지상파 UHD의 경제적 가치가 11조원에 이른다는 보도자료를 내놓고 700㎒의 방송 할당을 주장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 따르면 UHD 방송이 시작되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방송 관련 산업분야에 4조4000억원, 타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3조6000억원 등으로 예측됐다.
이에 대해 통신사 한 관계자는 “이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학계에서 700㎒ 유휴 대역을 통신에 할당할 때 약 5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예상한 바 있다”며 “경제적 가치 비교를 떠나 5600만명이 쓰는 이동통신에 광대역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은 논의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얘기”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는 지상파 방송사가 직접수신율이 6~7%에 불과한 UHD 방송을 두고 ‘무료 보편적 서비스’와 ‘공공성’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유료방송 업계가 UHD 방송을 시작했기 때문에 위기의식이 커져 700㎒에 집착이 더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관계자는 “지난번 간담회에 참석한 정부 담당자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700㎒ 유휴 대역은 무조건 지상파 방송에 할당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시작했다”며 “국회의원들이 도를 넘어 지상파 편을 들면서 절대 다수의 국민 편익이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