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의료·IT 융합 막는 규제 수술대 오른다`…식약처, 의료기기제도개선추진위원회 발족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에는 산소포화도 센서가 달려 있다. 혈액의 산소 농도를 파악해 피로도를 측정한다. 그런데 이 기능은 현재 우리나라에선 쓸 수 없다. 국내법상 산소포화도 센서가 장착된 기기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허가를 받아도 의료기기라 제조와 판매가 엄격히 제한된다.

#스타트 기업인 A사는 암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환자와 가족들에게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의와 실시간 상담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다. 하지만 정작 상용화는 못했다. 이 서비스는 진료보다 상담 개념에 가깝지만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한 의료법에 저촉될지 몰라 속만 태우고 있다.

이처럼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빨라지면서 현행 제도와 기술발전 사이의 충돌이 빈번해지자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 개선에 나선다. 전례가 없던 융합 시도들을 얼마나 폭넓게 담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래부·산업부·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학계, 업계가 참여하는 의료기기제도개선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고 4일 밝혔다.

위원회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사례처럼 융합 신제품에 대한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하는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며, 유헬스케어 시스템 가이드라인 등을 개발하는 데도 나설 계획이다. 또 부처 간 업무 협력이 필요할 때 교두보 역할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의료와 바이오 분야에서는 ICT 융합이 화두로 떠올랐다. 각종 휴대용 진단기기와 센서가 개발되고, 건강관련 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수준으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의료와 ICT 융합의 가능성과 미래 산업 가치에 주목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정부 차원의 육성·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마다 의료기기 여부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갤럭시노트4에 앞서 갤럭시S5에 내장된 심장박동수 측정 센서도 의료기기법 문제로 비활성화된 채 시판됐다. 이후 식약처가 운동과 레저목적의 심박 측정센서가 의료기기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고시를 개정했지만 대기업 특혜 시비가 일었으며, 최근에는 산소포화도 센서를 갖춘 갤럭시노트4가 새롭게 출시되면서 똑같은 논란이 벌어졌다.

의료제도개선추진위원회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고, 신기술 활성화를 적극 도모하는 쪽으로 기준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기술 출시할 때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의료기기 제품에 대한 기준이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는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기기 업체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단계서부터 밀접하게 인·허가 과정이 연계돼 신속한 시장 진출을 지원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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