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연말까지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 업계의 해묵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지난 2012년 케이블TV의 KBS2 채널 블랙아웃(송출중단), 올해 브라질 월드컵 모바일IPTV 블랙아웃처럼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상황 발생 시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연내 ‘직권조정’ ‘재정제도’ ‘방송유지재개명령권’ 등 방송 사업자 간 재송신 분쟁 조정 방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재송신 대가와 의무재송신 범위 등을 놓고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가 치열한 의견 대립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방통위 관계자는 “별도 연구반이나 기관이 아닌 방통위가 주체로 재송신 분쟁 관련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음 달까지 (개정안 마련 작업을) 마무리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블랙아웃 등 중대하게 시청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재송신 분쟁은 직권으로 사업자 간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직권조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분쟁 중인 당사자가 신청하면 우선 방통위 결정으로 분쟁을 해결하고, 불복한 분쟁 당사자는 방통위 결정 사안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재정제도’도 포함됐다.
방송유지재개명령권은 특정 방송 사업자가 방송 사업자가 재송신 대가 등을 이유로 송출을 중단해도 방통위 명령에 따라 송출을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재송신 분쟁 해결 방안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입법예고됐지만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방통위 법 의결이 늦춰졌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방통위가 곧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라며 “미래창조과학부와 논의해 (재송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상설협의체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미래부와) 구체적으로 진행한 사안은 없지만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으로 사업자 간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방통위의 이 같은 방침에 우려를 나타냈다. 의무 재송신 범위, 재송신료 산정 기준 등 사업자 간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재송신 분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간 갈등으로 보편적 시청권 침해 등 문제가 발생한 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라며 “상설협의체에서 재송신료 산정 기준에 관한 협의를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