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 한 달을 맞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조기 폐지보다 미진한 부분을 개선하자는 데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판매점과 소비자 사이에서는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 의견도 없지 않아 새로운 제도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정부·통신사, 가시적 효과 나타나
정부와 통신사들은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단통법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단통법을 청계천 복원이나 버스중앙차로 도입에 비교하며 장기적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미 일부 성과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첫 주 2만3784건에 그쳤던 번호이동 가입이 2주차에 3만2978건, 3주차에 5만2794건으로 늘어났다. 아직 10월 이전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 방증으로 해석됐다.
주요 단말 지원금도 늘어났다. 특히 과거 지원금이 거의 안 실리던 최신 단말에도 지원금이 실리기 시작했다. 갤럭시노트3는 출시 3개월 후 지원금이 13만원이었지만 9월 말 출시된 갤럭시노트4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20만원 이상의 지원금이 책정됐다.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중저가 요금제 사용 비율이 증가했다. 85요금제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자는 지난 9월 27.1%였다가 단통법 시행 이후 8.9%로 감소했다. 또 9월 평균 2916건이던 중고 단말기 가입은 법 시행 이후 2주 동안 5499건으로 90% 늘어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원금 공시 제도로 불법 보조금이 사라지고 고객의 합리적 소비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기기변경 고객이 증가해 장기고객 혜택이 늘어나고 시장과열 억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체감까지는 시간 걸릴 듯
정부와 통신 업계의 주장에도 단통법은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약정 할인요금을 마치 지원금인 것처럼 속여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는 분명 사라졌다. 하지만 이달 초 갤럭시노트4에 지원금이 10만원 안팎으로 공시되면서 시작된 소비자 불만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원금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게 대다수 소비자의 생각이다.
판매점은 과거 요금제나 단말에 관계없이 최고 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고가 요금제에서만 최고 지원이 가능해져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최고 지원금이 지원되는 휴대폰도 아직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비자 방문이 줄면서 판매점 매출은 기존 대비 30~40% 줄었다. 여기에 모델과 요금제별로 지원금이 달라지고 1주일 단위 지원금 공시 제도로 고객 상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만이 높아지면서 분리공시 도입, 지원금 상한선과 요금인가제 폐지 등의 주장이 나왔다. 폐지보다는 개선에 방향을 맞추자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분리공시 도입과 요금인가제 폐지가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질지에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또 출고가 인하와 요금인하 요구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제도에 문제가 있고 없고를 판단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것은 추후의 일이 돼야 한다”며 “제도 개선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 소비자 기대감이 커져 시장이 얼어붙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통법 한달 계속되는 논란
자료:미래부·통신사·업계 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