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선진국은 뛰는데…" 차세대 자동차 기술 격차 더 커질라

# 미래 자동차 및 스마트카 기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꼽히는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우디는 최근 독일 호켄하임링 서킷에서 240㎞/h의 최고 속도를 내는 고성능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시연하고, 테슬라도 내년 출시할 ‘모델 D’에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을 전후해 자율주행차 확산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전망을 수정해야 할 만큼 급속한 변화다. 해외 선진 업체들은 국가적인 지원과 부품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미래 자동차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특히 핵심 기술을 선점해 후발주자들을 따돌리고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초격차’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 스마트카 분야에서 우리나라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또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도 미흡하다. 세계 5위 자동차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미래 자동차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그 위기감은 곧 현실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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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미래 자동차 기술 확보를 위해 이미 수십년 전부터 국가적인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춘 이 같은 정책은 속속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1991년 ‘자동화 고속도로 시스템(AHS:Automated Highway System)’ 계획을 수립하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후 1997년에는 대규모 자율주행 시범에 성공했다. 특히 미국의 자율주행 및 차세대 교통 시스템 개발은 교통부(DOT), 국방부(DOD), 과학재단(NSF), 에너지부(DOE) 등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이 총망라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주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연구개발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이처럼 20년이 넘는 장기간의 국가 연구개발 프로젝트로 인한 기술 축적은 완성차는 물론 IT 및 신생 벤처기업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흘러들어가는 자양분이 됐다는 평가다. 2010년 구글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선언하며 IT 및 자동차 업계에 거대한 파장을 던진 것도 결국은 이 같은 연구개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기업 규모만 놓고 보면 실리콘밸리의 작은 전기차 벤처기업에 불과한 테슬라가 당장 내년부터 자율주행이 가능한 신차를 내놓을 수 있는 것도 그 뿌리는 국가 차원의 미래 기술 개발 정책 덕분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미래자동차공학과)는 “미국 네바다주가 2011년 자율주행차의 실도로 시험 주행을 세계 최초로 허용하고, 자율주행을 위한 관련 법규 정비에서도 앞서 나가는 것은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개발 경험이 바탕이 됐다”며 “GM이 2017년 자율주행이 가능한 양산차를 시판하는 등 차세대 시장 선점 경쟁에서도 앞서나가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연구개발 투자도 자동차 산업에 집중돼 있다. 지난 201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한 기업은 바로 독일의 폴크스바겐이다. 이 업체는 2012년 한해동안 95억1500만유로(약 13조6085억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했다. 기술 혁신이 어느 산업보다 빠른 IT 업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삼성전자, MS, 인텔 등을 모두 제치고 독일의 ‘국민차’ 기업이 미래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범위를 유럽연합 전체로 확대해도 자동차 산업은 연구개발 핵심 중의 핵심이다. 지난해 EU 업체들이 자동차 연구개발에 투입한 총 자금 규모는 320억유로(약 42조7500억원)로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25%를 차지했다. EU 연구개발 자금의 4분의 1이 자동차 산업에 집중된 것이다.

EU는 기업 차원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유럽위원회(EC)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대형 프로젝트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총 2750만유로가 지원된 HAVEit 프로젝트의 경우, 부분적인 자율주행 차량 개발 및 운전자와 차량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데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법제도 정비도 빠르게 이뤄진다. 최근 EU 대다수 국가가 포함된 72개국에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UN 도로교통협약이 수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도 1970년대부터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관련 기술을 4개 부처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12년에는 국토교통성이 고속도로에서 제한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조종장치시스템(Auto Pilot System) 추진위원회를 설립, 민관이 합심해 핵심 기술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도쿄모터쇼에서는 아베 총리가 닛산의 자율주행차를 탑승한 모습을 공개하며 차세대 기술 개발에 힘을 실어줬다. 일본 자동차 ‘빅3’인 도요타, 닛산, 혼다는 2020년에 자율주행 양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재관 자동차부품연구원 본부장은 “일본의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은 정부와 완성차, 부품업체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특징”이라며 “우리나라도 차세대 스마트카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부품업체들의 연구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청사진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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