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시장에 V2H(Vehicle to Home) 기술 경쟁이 일고 있다. V2H는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가정용 전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스마트그리드의 핵심 솔루션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기술이다.
닛케이산업신문은 일본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V2H 기술 상용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26일 전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연료 전지차에서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에너지 교환 등으로 전기차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닛산 자동차는 리프 전기차와 함께 사용 가능한 세계 최초 V2H 시스템인 ‘EV 파워스테이션’을 일본 니치콘과 함께 출시해 지금까지 약 2000대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리프 판매 대수 4만대 중 약 5%가 구입했다.
이 시스템은 리프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최대 6킬로와트(㎾) 전력을 가정에 공급할 수 있다. 6㎾면 일반가정에서 이틀 정도 쓸 수 있는 전력이다. 제품 가격은 약 34만엔으로 값싼 심야 전력을 리프로 충전하고 낮에 일부 전력을 가정에서 쓴다. 사용 7년 정도면 투자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닛산은 이 V2H 시스템을 계기로 새로운 사업 전개를 기대하고 있다. 시스템을 이미 일본에 설치된 2000여개의 개인 발전소로 보고 다양한 부품 업체의 제품을 준비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카노 토시유키 닛산 선행기술 개발본부 담당은 “성능과 비용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혼다도 연료 전지차 ‘FCX 클라리티’로 전력을 가정에 공급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FCX 클라리티는 일반 가정의 전기 사용량 6일분에 해당하는 60㎾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내년 상용화 예정이다.
회사는 차량에 축적되는 에너지량이 많다는 이점을 살리기 위해 전력 변환 장치를 휴대형으로 만들고 비상시 장비를 이동시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연료로 쓰이는 수소 보충을 단시간에 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3분 만에 자동차 수소 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다. 일반 전기차는 급속 충전 시스템을 사용해도 30분 정도는 소요돼 긴급 상황 발생 시 사용이 어렵다.
도요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 PHV’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능을 추가한 개량형 모델을 준비 중이다. 배터리 용량이 4.4㎾로 작기 때문에 출력을 1.5㎾h로 억제했다.
적은 출력을 보완하기 위해 차량에서 꺼낸 전력은 먼저 가정용 축전 시스템에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축전 시스템에서 꺼내 공급하는 방식을 채용했다.
가정용 축전 시스템을 사용하면 자동차에 설치되는 전력 변환 장치를 소형·저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기대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