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운영체계(OS)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양강이 시장 점유율을 독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새로운 OS 채택 붐이 일면서다.
모질라 파이어폭스폰이 출시되고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한 우분투터치가 등장했다. 삼성전자 타이젠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내놨고, 스마트폰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OS, 점유율이 움직인다
시장조사기관 칸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변화 조짐이 보인다. 판매량 기준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56.2%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 이 기간중 윈도 점유율은 2.1% 늘었다. 미국·중국을 제외한 독일·프랑스·호주·일본 등에서는 윈도모바일 점유율이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모질라 파이어폭스 역시 하반기 점유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분기 0.7%에 불과했지만, 하반기 인도·유럽·중남미 등지서 출시되면서 1%를 가볍게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ZTE 등이 파이어폭스폰을 내놓은데 이어, LG전자 역시 파이어폭스폰을 신흥국용으로 내놨다.
스마트폰 제조업계 관계자는 “저가폰 시장을 파이어폭스가 점점 잠식할 것”이라며 “실제로 국내외 제조사들이 파이어폭스 OS용 스마트폰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눅스 기반 우분투터치는 지난해 개발자들에게 공개한 뒤 아직 스마트폰은 내놓고 있지 않지만, OS애플리케이션(앱)은 지난 7월 이미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클라우드투자를 통해 스마트폰 ‘우분투 엣지’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사용자에 맞게 고쳐쓰고 단가는 싸지고
타이젠·파이어폭스OS·우분투 모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를 표방한다. 스마트폰 제조사나 이동통신사가 차별화된 기능을 넣기 편리하다. 타이젠은 HTML5 기반 OS다. 웹기반 앱은 네이티브앱(OS·하드웨어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앱)에 비해 사용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HTML5가 나오면서 네이티브 플랫폼에 필적할만한 기능들이 다수 추가됐다. 파이어폭스OS 역시 웹을 활용해 기기 부담을 줄이고 기존 OS에 비해 구동하는데 드는 자원이 적게 드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OS 시장에 변동성이 생기면서 업체들은 개방화, 저가화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폐쇄적인 OS 운영정책을 갖고 있는 애플은 그대로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지만, 점유율을 뺏길 가능성이 더 큰 구글은 다양한 유인책을 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OS를 고쳐쓸 수 있도록 개방했다. 자사 개발팀과 함께 전세계 개발자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에 참여해 앱을 제작한다. AOSP를 가져다 개량해 쓰는 스마트폰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아마존, 중국 샤오미 등은 AOSP를 사용한다. 안드로이드앱을 그대로 구동할 수 있어 앱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저가 스마트폰용 OS 안드로이드원도 내놨다.
선다 피차이 안드로이드 담당 수석부사장은 “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 같은 나라에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저가 시장에서 파이어폭스OS 등에 밀리지 않기 위한 복안인 셈이다.
파이어폭스OS를 사용하면 안드로이드나 리눅스로 스마트폰을 제조할 때보다 때보다 단가를 70%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메모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양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준수해야 한다. 파이어폭스OS는 이런 제한이 없어 저가폰 수요를 잡기 좋다.
새로운 모바일OS가 등장하면서 업계는 물론 소비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타이젠폰이 아직 출시되지 못했고 윈도모바일이 다년간 노력에도 지지부진해 찻잔속의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 추이 (자료:칸타)>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