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택시 도입을 적극 추진하던 영국. 최근 런던시가 오는 2018년부터 시내 모든 택시 등록을 전기자동차(BEV·PHEV)에만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시는 오는 2018년까지 6000곳의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전기택시 보급 활성화를 위해 규제책과 지원책을 조화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런던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중국 등 세계적으로도 전기택시는 확산되는 추세다. 친환경 교통 환경을 조성하면서 택시 사업자에게는 연료 부담을 크게 덜어 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전기차 택시 사업이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도입돼 시범 운영되고 있다. 최근 1년간 시범 사업을 마친 대전시의 사례를 통해 국내 전기택시 사업의 발전 가능성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사업성 검증됐지만 충전인프라·주행거리 여전히 불안
대전시는 오는 2020년 전기택시 도입을 목표로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전기택시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르노삼성 전기차 SM3 Z.E. 3대를 각각 택시업체 세 곳에 위탁해 일반 LPG택시와 함께 운영하며 사업성을 검증했다. 그 결과 에너지 소비효율은 1㎾h당 4.7㎞,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12.8㎞로 나타났다. 계절과 날씨 변화에 민감한 전기차 특성상 주행거리는 예상보다 낮았지만 연비를 나타내는 에너지 소비효율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1회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 불편은 여전히 제기됐지만 사업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료비 측면에서는 기존 LPG택시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LPG택시의 1㎞ 주행 시 연료비가 150원인 반면에 전기택시는 여름철 경부하 시 12원, 중부하 시 29원, 피크부하 시 47원으로 파악됐다. 총비용 측면에서도 LPG택시에 비해 6년간 배터리를 1회 교환한다고 하더라도 전기택시가 약 3000만원가량 덜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에 1회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와 부족한 충전인프라는 여전히 불안한 요소로 지적됐다. 1년간 전기택시를 운행한 정양균 씨(대전 유진택시 소속)는 “운행 중 충전 시 약 1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쉬게 되는데, 이 때 1만원가량 벌지 못하지만 이는 연료비에서 만회할 수 있었다”며 “LPG택시와 비교하면 급하게 다니지 않아도 일평균 2만~3만원을 더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겨울철에는 히터사용 시 운행거리가 줄기 때문에 충전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장거리 운행 역시 더욱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사업성은 검증됐지만, 자동차와 배터리 성능에 따른 주행거리 불안은 여전하다는 뜻이다.
업계는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주행 성능 문제는 점차 해결될 것으로 내다본다. 환경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이용자와 전기차 셰어링·렌털, 전기택시 등 사업자가 많은 지자체 위주로 20분 전후에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기를 우선 보급할 예정이다. 여기에 국가 정책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 전력재판매가 민간에도 허용된다. 이에 따라 다수의 민간 충전 인프라 사업자가 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역시 성능이 향상되는 추세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기술 안정화로 신뢰성이 확보됨에 따라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가 하면 밀도가 높은 단셀을 채택해 동일한 크기의 배터리팩 공간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담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배터리 팩 등의 간소화로 차량 무게를 줄이면서 히트펌프식 실내 히터를 도입해 배터리 소모를 줄이거나 구동 중 전기가 충전되는 회생 제동 기능이 향상되고 있다.
◇전기택시가 안전한 운전환경을 바꾼다
전기택시를 운행하는 것만으로 경제성 향상은 물론이고 운전 습관과 근무 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고가의 차량 및 배터리 가격은 택시 사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분석된다.
택시 경력 20년의 정 씨는 지난 1년 동안 하루 평균 12시간을 근무하며 일일 12만~13만원의 수익을 냈다. 회사에 지불하는 사납금 7만5000원과 연료비인 전기요금 약 3000원을 제외한 수익이 자신이 챙겨가는 수입인 셈이다. 정 씨는 LPG택시로 일평균 13만~14만원을 벌었지만 사납금 외에 약 2만7000원 연료비가 들었다. 하지만 전기택시 운영으로 연료비가 대폭 줄었다.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약 1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근무시간은 10%가량 줄었음에도 수익성은 더 뛰어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 씨는 지난 1년간 전기택시 운행으로 보다 여유 있는 근무 환경과 안전한 운전 습관을 강점으로 꼽았다. LPG택시를 운행하면 연료비를 더 벌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지만 전기택시 운행으로 무리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전기차 특성에 스스로 전기를 충전하는 회생 제동 기능과 내연기관보다 빠른 제동력 탓에 운전습관도 안전해졌다는 평가다.
정 씨는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 탓에 급하게 (차를) 운전하지 않아도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과다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운전 습관이 몸에 뱄다”며 “전기차의 회생 제동과 내연 기관차보다 민첩한 제동력 덕분에 브레이크 밟는 일이 적다보니 라이닝과 타이어 마모 현상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전기차를 택시로 이용함에 따라 연료비 절감은 물론이고 근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택시 업체 입장에서는 아직 개선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허영자 유진택시 대표(67세)는 “전기택시는 연료비 절감으로 직원들 수익 향상에 크게 도움 되지만 비싼 전기차 가격과 수년 내 교체해야 할 고가의 배터리가 부담된다”며 “추가 전기택시 도입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일반 LPG택시와 전기택시의 수익성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의 LPG택시 가격은 1700만원인데 반해 전기차 택시는 정부(1500만원)와 지자체(500만원) 보조금을 지원받아 2200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여기에 배터리 수명에 따른 성능 저하로 5년 주기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다.
대전시 관계자는 “배터리 성능은 물론 가격 또한 점차 떨어지는 추세이고 시 차원에서 충전인프라를 확충해 택시 사업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택시 업계가 부담 없이 사업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표]유진택시 실증사업 중 전력사용량 기반 연비 측정
[표]실증사업 중 각 업체별 주요 변수 비교
[표] 계절에 따른 주간 평균 일일 전력 소모량(기간 : 2013년 9월~2014년1월)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