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장들의 고민이 금융과 IT를 융합한 스마트 금융에 쌓였다. 최근 만난 은행장 역시 경영판단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 금융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어떻게 하면 IT를 융합할 수 있는지 만나는 사람들에게 되묻곤 했다. 이제 금융도 IT가 대세라는 말과 최우선 경영전략은 ‘스마트 금융’이라며 IT의 위상강화를 수차례 강조했다.
금융시장에 IT가 빠르게 흡수되는 변화에 적잖이 당황해 하면서도 경쟁 은행과는 다른 IT전략을 수립했음을 지나칠 정도로 어필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틀에 짜인 대본을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다. 호기심이 발동해 은행장에게 사용 중인 스마트폰 좀 보여달라고 했다. 은행장이 스마트폰 통화기능 외에 어떤 기능과 앱을 내려 받아 사용하는지 궁금했다.
모바일카드와 전자지갑 등 모바일 금융거래를 직접 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헛기침과 침묵이 동시에 흘렀다. ‘IT 울렁증이 있어요’라는 어색한 답변이 돌아왔다.
외국계 금융 CEO는 달랐다. 인터뷰 자리에서 삼성의 스마트워치를 꺼내들며 직원과 IT기기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마트워치로 금융거래를 어떻게 구현할지 연구소 직원들과 모바일 메신저로 회의를 시작했다고도 했다. IT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달랐다.
제안할 게 있다. “대한민국 은행장들이여, 고급 명품 시계를 버리고 ‘스마트워치’로 바꿔 차라.” 페이퍼로 정리된 스마트 금융 전략은 ‘허울’일 뿐이다. IT 울렁증을 떨쳐내고 IT와 친해져야 스마트 금융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대한민국 금융은 미래가 없다.
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1만 시간이라고 한다. 모차르트도, 비틀스도, 스티브 잡스도, 김연아도 그들의 성공을 만든 것은 타고난 천재성이 아닌 1만 시간 이상의 노력과 고통이었다. 그래야 기적이 일어난다. 갑작스러운 운수대통을 기대할 게 아니라 스마트 경영에 먼저 몸을 담그면서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