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시장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방식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서비스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3월 비트패킹컴퍼니가 무료 뮤직앱 ‘비트’를 내놓을 때만 해도 시장은 잠잠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삼성전자가 ‘밀크뮤직’ 국내 버전을 선보이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음악 시장에 뛰어들면서 조용했던 음원업계가 바짝 긴장 상태에 진입했다. 삼성전자가 밀크뮤직을 선보인 지 20여일 만에 130만건 넘게 내려받으면서 파급력을 실감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음원서비스 업체들도 밀크뮤직에 맞선 서비스를 내놓을 태세다. SK텔레콤과 멜론이 손잡고 이달 SK텔레콤 가입자 대상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고 KT뮤직 역시 서비스 준비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시장 판도 바꿨다
이처럼 국내 음악시장에 갑작스럽게 라디오 스트리밍 열풍이 시작된 것은 스마트폰 환경에서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과 KT뮤직의 ‘지니’, 네오위즈의 ‘벅스’, CJ E&M의 엠넷, 네이버 뮤직 등 음원사이트들은 음원 사용자들이 원하는 스트리밍 음원을 골라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했다. 음원서비스 기업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섰지만 정작 적극적인 전략을 취한 것은 삼성이다. 삼성은 ‘밀크뮤직’으로 200여개 채널을 통해 라디오 형태로 스트리밍 음원을 무료로 공급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서비스 시작 20여일 만에 다운로드 130만건을 돌파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10월 첫 주 밀크의 실 사용자수는 123만명으로 카카오뮤직(169만명), 엠넷(158만명)에 근접했다. 어느새 1위 사업자 멜론까지 위협할 태세다. 삼성이 무료 서비스 공세가 달아오르던 스트리밍 시장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스트리밍 시장 더 커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7년 국내 스트리밍 음악 시장이 약 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조만간 스트리밍 시장이 다운로드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사용자층도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곡을 내려서 저장하기보다 실시간 재생 사용자층이 부쩍 늘어난 것도 스트리밍 시장의 열기를 보여준다.
코리안 클릭 기준으로 지난 6월 음악사이트 지니의 스트리밍 이용량이 10개월간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뮤직 측은 음악사이트 지니의 지난 7월 안드로이드앱 스트리밍 수는 지난해 10월보다 335%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다운로드 상품구매는 180% 증가에 그쳤다. 스트리밍이 1년 새 다운로드의 두 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정점에 달하면서 콘텐츠 경쟁이 본격화된 것도 스트리밍 시장 성장의 요인이 됐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통신기능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멀티 기능을 갖추면서 다자간 소통을 위한 메신저에서 게임과 음악으로 이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KT뮤직 관계자는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300만 데이터베이스 음원을 보유한 음악 앱을 활용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며 “음악을 따로 저장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감상하는 것이 이용자의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해외도 스트리밍이 대세
국내에서 스트리밍 라디오가 음원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듯 해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판도라, 아이하트라디오, 슬래커 등 다양한 온라인 라디오서비스가 2009년 이후 급성장했다. 방송을 포함한 라디오 서비스가 음악시장의 47%를 차지할 정도다.
애플이 지난 상반기 스트리밍 업체인 비츠일렉트로닉스를 30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스트리밍 시장의 영향이 때문이다. 아마존과 구글 역시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다. 판도라, 스포티파이 등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최근 급성장세를 탄 반면에 아이튠스 등 온라인 다운로드 방식 음악서비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 배경이 됐다.
판도라의 경우 3.99달러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스트리밍서비스를 하면서 가입자 2억5000만명, 실사용자 7300만명을 확보했다. 형태도 광고기반의 무료서비스를 비롯해 정액제 방식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포진됐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음악산업 역시 가장 큰 이슈는 디지털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다. 스포티파이, 디저, 아이튠스, 유튜브 등이 급부상했다. 음악매장체인인 HMW가 지난해 1억7600만 파운드의 빚을 지고 관리에 들어간 것도 음악시장의 판도 변화가 원인이다.
한 음악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면서 음악 소비가 더욱 늘어났을 뿐 아니라 음원 청취 방식도 내려받는 소유에서 실시간 재생을 통한 소비로 이동했다”며 “이는 스마트폰이 불러온 혁신이자 음악시장을 바꾸는 패러다임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