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그 하청업체 위주의 산업구조가 고착화 된 일본에서 중소·벤처기업들이 의료나 건강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15일 일간공업신문이 전했다.
이 분야는 일본내 뚜렷한 대기업도 아직 없고, 특히 정부나 협회·단체의 공적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산업 부문에서 갈고 닦아온 기술과 노하우가 있는 중소기업은 이를 헬스케어로 쉽게 접목시킬 수 있어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로 의료분야 진출 10년차를 맞는 스즈키프레시온은 43년 경험의 타이타늄 등 금속 절삭 가공 기술을 살려, 치과·정형외과 임플란트용 부자재 공급 등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매출의 60%를 의료 기기가 차지한다.
이 회사의 최종 목표는 의료기기 완제품을 파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료기기를 미국·유럽 등지로부터 수입해 쓰고 있는 일본에서는 부자재 공급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수술시 봉합 조작성을 대폭 향상시킨 내시경 등 여러 신제품을 각종 전시회와 관련 학회에 선보여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스즈키프레시온은 최근 개복 없이도 수술 가능한 내시경을 개발했지만, 믿을 만한 대기업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임상 실험에 쓰이질 못해, 결국 상용화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단체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사이타마 상공회의소는 게이오대학 의학부와 ‘의공 연계 사업’을 추진, 원래 카메라 렌즈 기술을 갖고 있던 관내 중소·벤처기업과 연계시켜 ‘내시경 객담(가래) 흡입기’를 상용화시켰다.
명망있는 의대 부속 종합병원의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중소기업의 의료기기의 판로를 적극 개척한 결과다.
미야하라 유우지 도쿄대 치대 생체재료공학 연구소장은 “기존 자사 기술을 근간으로 의료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면, 관련 학교나 연구자에게 직접 찾아가 기밀 유지 계약을 맺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