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T강국으로 꼽힌다. 또 세계 8강에 드는 수출강국이다. 이 같은 위상에도 IT와 무역을 결합한 ‘전자상거래 수출’에서는 우리나라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무역 규모 자체가 미미할뿐만 아니라 수출보다 수입이 월등히 많아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려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글로벌시장에서 전자상거래 비중과 무역 규모는 계속 커지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무역 8강에 진입했고 IT인프라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지만 전자무역에서는 아직 큰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전자무역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 수출 기회를 늘리고 교역량도 획기적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청 기준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수출 규모는 2500만달러 수준이다. 해외 직접판매의 경우 판매자의 수출 신고 누락이 일부 있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해도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5500억달러에 비하면 전자상거래 수출 규모는 턱없이 적다.
지난해 전자상거래 수입액은 7억900만달러였다. 수출에 비해 수입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 무역 수지는 엄청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일고 있는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해외 직판을 제 때 늘리지 못하면서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거래(B2C)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2330억달러에서 올해는 1조4710억달러로 커지고 2018년에는 2조3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이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적극적 전자상거래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전자상거래 수출을 늘리기 위한 중장기 대계(大計)를 세우고 기업별 세부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내수 위주로만 사업을 하던 중소기업을 전자상거래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상위권 업체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베이나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이 온라인 기반의 글로벌 유통기업, 수출 전문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유통 전문업체 대다수는 아직까지 ‘내수’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갖춘 IT 강국으로 손꼽힌다. 이를 잘 활용해 ‘전자상거래 대국’으로의 도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자상거래 수출의 장점은 많다. 우선 수출기업 입장에서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수출 거래선을 뚫기 위해 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해외 무역 경험이 전혀 없는 중소기업도 좋은 상품만 있다면 온라인상에 정보를 제공하며 수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별도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 특히 최근 복잡한 물류나 통관 절차, 세금 문제 등을 전문적으로 대행해 주는 업체가 많이 생겨났다는 점도 잘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해외 직접구매가 엄청나게 늘고 있는 데 좋은 상품을 갖춘 우리나라가 해외 직접 판매를 대폭 늘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국내 유통 대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와 시장 초기부터 글로벌 전자상거래를 타깃으로 하는 중소제조사 대응, 정부 차원의 물류개선과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중국의 소비 패턴 변화는 우리나라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오는 2018년까지 중국의 해외 직구족은 2배, 해외 구매액은 5배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수출기업에 상대적으로 적은 물류비, 한류 효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중국 해외 직구족 부상은 분명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