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거래 시행에 따른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의시장까지 운영되지만 산업계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번 모의시장도 배출권 거래 절차를 경험할 수는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수와 이에 따른 시장감시는 생략돼 있다.
배출권 거래 본 시장 개설시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배출권 품귀 현상과 이에 따른 가격 폭등이다. 이미 정부의 업종별 할당에서 산업계가 추산한 필요분에 크게 못 미치는 배출권이 배정됐다는 평가다. 지금 상황에서는 배출권이 남아 다른 곳에 팔겠다는 기업보다는 배출권이 모자라 사들여야 한다는 곳이 많다.
산업계가 가격 폭등을 우려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배출권을 판매하는 곳은 없고 사려고 하는 곳만 넘쳐나니 가격 상승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기업의 재무적 부담은 커지게 된다.
앞서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 내년 시행을 결정하며 거래 가격을 1만원 안팎에서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산업계 우려대로 배출권 부족 탓에 가격이 폭등할 경우 가격 상한선을 도입하거나 정부 보유 물량을 시장에 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게 산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를 이행하기 위해 시행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시장에서 이미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RPS를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발전사들이 REC 구매에 의존, REC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REC 시장 역시 정부가 보유 물량을 시장에 푸는 선택을 했지만, 신재생설비 기여도에 따른 우선 배정으로 일부 사업자들은 과징금을 피하지 못했다. 더욱이 정부 보유 물량은 사업자들이 의무 이행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구매에만 의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가 보유한 물량마저도 충분하지 못하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추가 배출권이 2억2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현재 정부가 보유한 예비 물량은 1400만톤에 불과하다. 업계는 이 차이를 줄이지 못하면 내년 배출권 가격 폭등은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김태윤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팀장은 “산업계와 정부가 예측하는 필요 배출권 총량의 격차가 너무 크다”며 “정부는 배출권 가격을 1만원선에서 안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