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전문가가 바라본 금융권 특허출원 실태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가 아프리카 우간다(81위)와 비슷한 80위에 집계돼 상당한 충격 파장이 있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정부개입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스스로 자기혁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해외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새로운 상품을 특허로 등록하고 정보통신기술(ICT)과의 결합을 고민하는 동안 국내 은행들은 비슷비슷한 상품을 서로 복제하고 규제를 핑계 삼아 새로운 도전을 멀리했다는 지적이다.
백만기 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은 “미국은 은행마다 자사의 특허를 비롯한 IP전략 전체를 총괄하는 최고지식재산책임자(CIPO)를 두고 있다”며 “매년 금융상품뿐 아니라 금융 관련 다양한 기술을 특허로 출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재산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특허전문가들을 고용해 은행의 예금과 적금, 대출 등 금융 관련된 상품 하나하나를 모두 특허로 등록하고 지식재산화해 관리한다는 설명이다. 자칫 경쟁사의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다가는 호된 특허소송을 겪기 때문에 새롭고 혁신적인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국내 금융환경 개선을 위해선 규제개선과 더불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자체 역량 확보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들어 금융권 보신주의에 대한 질타와 기술금융·IP금융 등 신 시장 개척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만큼 이를 계기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 회장은 “일단 자체적인 기술평가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은행 내에 기술전문가, IP전문가 그룹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금융환경이 우간다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의 특허경쟁력은 세계 5위권에 드는 만큼 기술과 IP, 금융에 대한 이해를 고루 갖춘 인재 양성으로 다가오는 스마트금융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