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환경 히트기업을 찾아서]임진에스티

너트(암나사)는 자동차, 전자, 건설, 기계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 필수 부품이다. 하지만 너트 제조업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산업 입지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제조 과정에서 인건비와 원자재 비율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다보니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등 일부 국가 제품이 수년간 세계 시장을 잠식했다. 국내 시장도 현재 80% 이상 해외 제품이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국내 대다수 너트 제조기업이 도산을 피하지 못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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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너트 ‘세이퍼락’을 선보인 임진에스티 직원이 볼트, 너트의 단조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토종 너트 제조기업 임진에스티(대표 임영우)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한 너트 제조업계에서 특수 제품으로 차별화를 선언하고 제2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972년 설립된 임진에스티는 지난 40여년간 너트 제조에 매달려왔다.

숱한 어려움 속에도 품질 하나로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저가 해외 제품과의 경쟁 심화로 성장 정체는 피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있다. 임영우 사장의 해법은 특수 너트 시장 공략이었다. 이른바 풀림방지너트로 불리는 특수 제품 개발에 사운을 걸었다.

풀림방지너트는 주로 진동이 심한 곳에 사용한다. 철도, 항공, 선박, 발전소 등 안전이 중요한 곳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부가가치도 높다. 지름 24㎜ 일반 너트 가격은 개당 150원 정도지만 풀림방지너트는 2800원에 판매된다. 시장은 일본을 필두로 프랑스, 스웨덴 일부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일본 하드록공업이 1974년, 스웨덴 노드락이 1982년 풀림방지너트를 개발한 뒤로 프랑스 란프란코, 일본 닛세 정도가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임진에스티는 우리 정부가 브라질 고속철사업 수주를 위해 2009년 추진한 핵심 부품 국산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년 동안 제품 개발을 추진해 2011년 풀림방지너트인 ‘세이퍼락’을 출시했다. 너트에 스프링을 넣어 잠기는 방향으로만 회전하도록 한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평소 진동이 심해지면 잠김도 강해진다. 스프링 풀림쇠를 당기면 손으로도 쉽게 풀 수 있다. 수십번 이상 사용해도 나사 마모 손상이 없어 수명기간 동안 유지보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동일 규격 일반 너트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유지보수 비용이 줄고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판로도 열리고 있다. 2017년 말까지 완공될 호남고속철 신규 노선 231㎞ 구간 선로와 송·배전 설비에 세이퍼락 50만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국산 고속철구간에 국산 풀림방지너트가 공급되는 첫 사례다. 매출 규모로는 50억원에 달한다. 20억원대 매출도 고속철도 사업 진출로 지난해 44억원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풍력·발전설비 분야를 주요 시장으로 보고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수십미터에 달하는 날개(블레이드)가 초속 5m 이상 바람을 맞으며 20년 이상 작동한다. 블레이드, 바람 하중으로 진동이 끊임 없이 발생해 너트 풀림 현상이 심하다. 이를 조이기 위한 유지보수 작업에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풀림방지너트를 사용하면 유지보수 비용,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해상풍력발전 분야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해상풍력 분야는 비용, 기상 문제로 잦은 유지보수가 불가능하다. 풀림방지너트를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발전기 성능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임 사장은 네덜란드, 독일 등 세계 유수 풍력전시회에 참가해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임 사장은 “풍력발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제품 영업, 홍보 초점을 관련 기업으로 맞추고 있다”며 “풍력, 발전분야 매출이 발생하면 매출 100억원을 돌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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