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업·벤처기업의 연구 및 집적시설 취득세 감면을 포함한 세제 지원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에 나서면서 벤처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세 부족을 메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며 맞서고 있다. 그동안 강조해온 ‘창조경제’에도 반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5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안전행정부가 작성한 개정안은 내년부터 창업·벤처기업이 산학 협력이나 부설 연구를 위한 시설을 마련할 때 관련 시설에 대한 취득세를 전액 면제받던 것을 50%만 감면하도록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금 면제 기간도 설립 후 4년이던 것을 3년으로 줄인다. 5년간 징수 금액의 절반만 부담하던 재산세 역시 감면 기간을 3년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부설연구소와 벤처집적시설, 창업보육센터의 취득세도 전액 감면이던 것을 50% 부과하는 쪽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들은 당장 내년부터 각종 연구 시설이나 사무실 임대 등에서 늘어난 세금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5·15 벤처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2 벤처 활성화’를 선언했다. 창업자와 벤처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투자 소득공제를 확대해 적극적 창업과 새로운 젊은 기업의 시도를 늘리자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안은 그동안 정부가 펼쳐온 정책 방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벤처기업계 주장이다. 벤처단체 고위 관계자는 “지자체 재정 확충도 필요하지만 벤처 혜택 축소는 최후에 고려돼야 할 대상”이라며 “대기업 유치를 위해 수년간 법인세 면제 등의 혜택을 주면서 창업·벤처에는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치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중장기적으로 지방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제지원 축소가 ‘창업 위축→일자리 감소→법인세 축소→지방경제 악화’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벤처 유관단체는 즉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세제 개편의 불합리함을 알리는 공동 건의문을 전달하는 한편, 여론화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공동 건의문에는 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협회·벤처캐피탈협회·엔젤협회·창업보육협회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